정치적으로 의중을 쉽게 드러내지 않던 이용우 부여군수가 최근 부여군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홍산 열병합발전소 건립’과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건립반대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다.

사업자와 사업자를 지지하는 후원회, 사업반대대책위와 농민회 등이 연대가 된 양측의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이 군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대책위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을 원천봉쇄하고 법원에서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 듯 기자회견문을 읽고 퇴장했다.

회견문의 핵심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행복추구권보다 더 중요한 민주주의적 가치는 없다” 이기에 (열병합발전소건립 시) 이익을 사유화 하려는 개인투자자보다 사회적 비용의 손실이 심각하고, 이 같은 시설에 많은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기에 이에 공감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오늘(26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고 과학적 근거의 논쟁 여부나 법리적인 흠결이 있다 해도 지역갈등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되겠기에 이 같은 고뇌에 찬 결론에 도달했다는 내용이다.

며칠이 지난 뒤 이경영 부여군의회 의장도 군청 앞 광장에서 열병합발전소 반대추진위에서 주관한 자리에 1000여 명의 반대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통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부여군을 대표하는 군수와 의회의장이 기자회견과 집회장에서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사업반대대책위는 힘을 얻게 됐다.

사업반대대책위의 주장대로 “부여는 세계유산도시이고, 열병합발전소는 폐기물연소를 통해 다이옥신을 비롯한 다양한 유해물질이 발생해 군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며 굿뜨래농산물 판매가 안 되고, 이로 이해 귀농·귀촌도 이루어 지지 않는다”는 주장에 뜻을 같이 한다는 이야기인가?

몇 년 전 롯데 스카이힐CC가 백제문화단지 내에 조성되려고 하자 규암면 합정리를 비롯한 5개 부락 주민들은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에도 “골프장이 생기면 맹독성 농약을 살포하고, 식수를 고갈시키며… 등등”의 구호를 외치며 부여군청 앞 광장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있는 힘을 다하여 반대한다’는 결사반대(決死反對)를 외쳤다.

결과적으로 죽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얼마 후 골프장은 건립되고 반대추진위원장 부부는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골프장과 골프장 협력업체에 취업을 했다.

최근 부여군에서는 행정자치부로부터 ‘생활폐기물 자원회수시설’ 설치사업에 관한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내고 홍보에 들어갔다.

‘생활폐기물 자원회수시설’ 표현은 고상하지만 생활쓰레기 소각장이다.

지역주민들의 동의가 선행됐고, SRF를 비롯한 지역 내에서 발생한 자체 쓰레기이기에 소각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SRF, RDF는 지난 2006년 11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석탄·석유·가스 등과 함께 산업용보일러에 사용이 가능해진 에너지다.

또한 환경부에서는 2008년 10월 폐기물 정책기조를 소각과 재활용에서 에너지화로 전환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제로에미션연구센터 선도원 박사는 “SRF·RDF는 여러 단계의 정제시설을 거쳐 유해물질을 철저히 제거한다”며 “연소가스 생성 및 배출 상황을 실시간 측정 장치를 통해 24시간 감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 박사는 열병합 발전소 관련 자타가 인정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자이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민원이 과학적 근거의 논쟁 여부나 법리적인 흠결이 있다 해도 ‘표’ 앞에 고개 숙이는 선량들의 고뇌에 찬 결론에 동정(同情)을 보낸다.

kis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