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가게살리기운동본부 정인구 대표

프랜차이즈 빵집에 비하면 유독 ‘우리 동네’빵집은 이름이 자주 바뀐다. 이름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며 메뉴며 심지어 요일별 이벤트를 진행하며 차별화를 꾀한다. 하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제휴할인을 받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이고,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대형마트 내 베이커리다.

이런 변화를 절감하고 골목상권의 중요성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한 사람이 있다. 우리동네가게살리기운동본부 정인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정 대표는 직접 동네빵집을 운영하며 대기업의 그늘 아래 설 곳을 잃어가는 상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동네가게는 경제의 실뿌리다.’ 정 대표의 경제철학은 확고했다. “작은 가게 하나에도 여러 경제적 요소들이 연관돼 있다”며 골목상권을 체내 구석구석 퍼져 있는 혈관에 비유했다. 덧붙여 영세상인들이야말로 실질적 수요를 창출하는 주체며, 지역경제의 체질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은 지역경제의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다. 거대자본을 활용한 문어발식 경영은 동네빵집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기업들이 동네빵집을 프랜차이즈화하는가 하면 직접 베이커리를 만들어 진출했고 급기야 시장을 장악했다. 이에 우리 동네의 색깔을 지닌 빵집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소비자들은 표준화된 기법으로 만들어진 빵 맛에 익숙해지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3년 제과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프랜차이즈 빵집의 출점제한 조치를 내렸다.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일까. 다행히도 현재 대전시의 프랜차이즈 빵집은 100여 개, 동네빵집은 150여 개로 점포 수에서 그나마 동네빵집이 우위를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동네빵집은 규모가 작고 1인이 운영하는 점포가 많은 탓에 그만큼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매출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여름 한철 장사까지도 치열한 경쟁이 파고들었다. 과거 빙수로 매출을 많이 올렸던 것과는 달리, 근래에는 카페창업이 유행하면서 빙수류의 매출이 분산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동네빵집은 이중고를 겪는 중이다.

이처럼 동네 빵집들이 사면초가에 처하면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정 대표는 특히 상가주변 공영주차장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대규모 주차시설이 구비돼 있어 소비자들의 접근이 용이한 반면 자영업자들의 매장이 위치한 상가 주변은 주차공간을 찾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더운 날씨엔 주차 편의가 매출로 이어질 개연성이 더 크다. 결국 빵이며 빙수며 대형마트에 입점한 업체들에게 손님을 빼앗기기 쉽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골목상권에서 창출되는 이윤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자금이 순환할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이로써 공정소비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동네빵집의 정이 있는 문화, 매장의 청결유지, 맛에 대한 차별화 등 자영업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글·사진 이종걸 수습기자 girl0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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