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5일 여덞번 째 생일은 맞은 엘리나(앞 줄 가운데)가 신생아 시절 자신을 치료해 준 을지대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센터를 방문해 의료진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엘리나의 아버지인 테드 아담스(앞 줄 왼쪽)과 어머니인 타이스 아담스(앞 줄 오른쪽)는 둘째인 카얀 아담스(앞 줄 두번 째)도 지난 2012년 을지대병원에서 태어났다. 을지대병원 제공

“생일 축하해 엘리나.”. “감사합니다. 선생님들이 아니었으면 생일을 맞지 못했을 거에요.”

갈색 머리에 또래보다 큰 키, 뚜렷한 쌍꺼풀과 장난 가득한 미소를 가진 엘리나는 가족과 친구들이 아닌 을지대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의 품에 안겨 생일 축하를 받았다.

이들의 인연이 시작된 건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인 아담스 부부는 직장 때문에 대전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행복한 신혼을 즐기다 2009년 축복과 같은 첫 아이 엘리나를 임신했고 하루하루를 새기며 아이의 탄생을 기다렸다. 출산 예정일보다 두 달 이른 2009년 8월 산모에게 갑작스러운 진통이 발생해 인근 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산전고혈압이 의심되고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한 상태라 당장 분만해야하는데 이곳에서는 어렵다”며 대학병원을 추천했다.

응급실을 통해 을지대병원을 찾은 산모는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았고 약물 투여 등에도 호전이 안 되자 여러 교수의 협진으로 서둘러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그렇게 30주 만에 세상으로 나온 엘리나는 스스로 숨 쉬는 것도 버거운 1.4㎏의 미숙아였고 엄마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채 인큐베이터와 벤틸레이터(신생아 산소호흡기)에 의지했다. 하루하루 고비를 넘기며 의료진들의 도움으로 엘리나는 두 달 가까운 치료를 받았고 마침내 건강을 찾았다.

엘리나 건강을 회복해 첫 돌을 맞았고 아담스 부부는 자신의 축복을 지켜준 을지대병원 신생아실 의료진을 찾아가 고마움을 전했다. 엘리나 가족은 이듬해에도, 또 다음 해에도 매년 엘리나의 생일인 매해 8월 25일마다 을지대병원 신생아실을 찾았다. 병원 신생아실에서 열리는 엘리나의 생일 파티는 벌써 8번째로 아담스 부부는 엘리나가 성인이 돼도 신생아실을 매년 방문하며 기념하고 축하할 계획이다.

아담스 부부는 “첫 아이라 미숙했고 거기에 낯선 문화와 서툰 의사소통 등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을지대병원 의료진들이 큰 도움을 줬다. 엘리나의 퇴원 이후에도 의료진은 갑자기 아이에게 열이 나거나 이상 증세가 있을 때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도 늘 친절하게 답해줘 많이 의지했다”며 “앞으로 엘리나와 함께 매해 감사의 뜻으로 이곳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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