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를 접수하다②

그리고 난 뒤 여러 해가 지났다.

장의는 진나라로 들어가 승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제야 장의는 초나라 재상에게 그날의 아픔을 상기시키는 내용의 전갈을 정식으로 통지했다.

“지난날 나와 당신은 한자리에서 같이 술을 마셨소. 그때 나는 당신의 옥벽을 훔치지 않았소. 그럼에도 당신은 죽도록 곤장을 쳤소. 그러니 이제 당신의 나라를 잘 지키시오. 기회가 오면 내가 당신의 나라를 훔치겠소.”

소름 끼치는 보복성 서찰이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실천했다.

당시 진나라가 초나라를 치기 위해서는 먼저 초·제 동맹을 와해시켜야 했다. 초·제 동맹은 초나라를 치게 되면 제나라가 지원군을 보내는 관계였으므로 두 나라와 함께 싸워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초·제 동맹의 와해는 그래서 필요했다.

장의는 승상의 몸으로 자청하여 초나라로 들어가 회왕(懷王)을 만났다.

회왕은 사신 장의를 맞아 크게 환대하고 조당에서 군신들과 함께 면담했다.

“무슨 연유로 진나라 승상께서 친히 우리 초나라를 내방하시었소?”

용상에 앉은 회왕이 장의를 굽어보며 물었다.

그러자 장의가 머리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고래로 진나라는 초나라를 존숭하여 왔나이다. 특히 대왕마마의 어지신 통치력에 대해서는 어떤 선왕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나이다. 하지만 제나라에 대해서는 증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옵나이다. 그럼에도 초나라가 제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으니 초나라마저 불편한 관계로 받아들여지고 있사옵니다.”

초나라를 칭송하고 제나라를 폄훼하는 장의의 말이 싫지 않았다.

“아 그렇소?”

회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있었다.

“그러하옵나이다. 대왕마마. 만약 초나라가 제나라와 관계를 접는다면 진나라는 6백리에 이르는 상(商)과 어(於) 지역을 초에 바치고, 진나라의 여인들을 대왕마마께 보내어 첩으로 삼도록 하겠나이다.”

진중한 목소리로 제안했다.

“제나라와 동맹을 파기하라.”

초회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장의가 말을 이었다.

“대왕마마. 제나라와 동맹을 맺은 뒤로 얻은 것이 무엇이옵니까? 제나라가 침공을 당할 때 군사를 파견한 것 외에 또 얻은 것이 있나이까? 아무것도 없질 않나이까? 반면 비옥한 6백리 땅을 바치고 진나라의 미인들을 대왕마마의 첩으로 보내드리겠다는 제안은 다시없는 기회이옵니다. 그것은 진나라가 초나라를 섬기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나이까?”

그제야 초회왕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과인은 더없이 좋은 제안이라고 여겨지는데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러자 많은 군신들은 왕의 의중을 알았으므로 앞을 다투어 좋은 제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두 눈치를 살피며 회왕의 표정을 읽고 있었다.

그때 진진이라는 신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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