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를 접수하다③

“대왕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장의의 말에 속지 마시옵소서.”

그러자 조당이 서리를 맞은 듯 조용했다.

“그 무슨 말인고?”

“진나라가 우리를 가벼이 보지 못하는 것은 제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이옵나이다. 만약 제나라와 절교하면 진은 우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옵나이다. 그리된다면 어찌 진이 우리에게 땅을 내주겠나이까. 만약 우리가 장의에게 속게 된다면 서쪽으로 제나라와 등을 지고 북쪽으로는 진나라라는 우환을 접하게 될 것이옵나이다.”

장의는 뜨끔했다. 초나라에 자신의 계략을 읽고 있는 자가 있구나 생각하며 더욱 간교하게 말을 이끌어갔다.

“그렇지 안사옵나이다. 대왕마마. 진나라 승상이 초나라를 상국으로 모시기 위해 이렇게 왔사옵나이다. 6백 리에 달하는 옥토를 바치고 여인을 보낸다는 것이 상국으로 모심이 아니고 무엇이겠나이까?”

장의는 부드러운 말투로 진진의 논리를 반박했다.

“그렇다면 언제 땅을 내준다는 말이오.”

회왕이 진진의 말을 빌미로 재촉했다.

“이 몸이 돌아가는 길에 사신을 붙여 주시옵소서. 돌아가는 즉시 땅을 떼어 드리겠나이다.”

초회왕은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인이 그렇게 하겠소. 승상의 말대로 제나라와는 절교를 선언하겠소.”

초회왕은 약속한 대로 즉시 제나라와 단교를 선포했다. 그리고 사신으로 하여금 장의를 따르게 했다. 그에게 진나라에 들어가 땅을 넘겨받아 오라고 명했다.

장의는 그길로 말을 돌려 진나라로 향했다.

앞에 장의의 마차가 가고 초나라 사신의 마차가 뒤를 따랐다.

그들이 막 초나라를 벗어나 진나라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산모롱이를 돌아 막 언덕을 내려가려는데 앞서가던 장의가 마차에서 굴러 떨어졌다. 모두 화들짝 놀라 말을 세웠다. 장의는 꼼짝을 하지 않고 엎어져 있었다. 누가 보아도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본 사신은 크게 놀라며 장의의 마차로 달려가 안위를 물었다.

그러자 장의는 발목이 부러진 것 같다며 엄살을 부렸다. 다친 것이 아니라 다쳤다고 핑계거리를 삼기 위해 거짓으로 다친 척 하고 있었다.

물론 마차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뛰어내렸던 것이다.

내막을 알 리 없는 초나라 사신은 그가 정말 다리가 부러졌다고 믿었다.

장의는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닫아걸고 몇날 며칠을 두문불출했다. 사신에게 전갈이 왔지만 만나주지 않았다. 초나라 사신은 수시로 무시로 전갈을 넣어 만나줄 것을 간청했지만 매번 돌아오는 대답은 병환이 위중하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석 달을 집안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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