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팽개쳐진 사내는 알몸으로 태후궁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으며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있었다. 사시나무 떨듯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진왕은 입을 굳게 다물고 침실 계단을 무겁게 내려와 피 묻은 칼날로 사내의 턱을 천천히 받쳐 올렸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부리부리한 두 눈에서는 섬광이 번쩍이고 있었다."네놈이 누구인데 감히 이곳을 드나들었더냐?""…."말이 없었다."당장 목을 치기 전에 바른대로 고하렷다."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굴을 땅바닥에 파묻고 있을 뿐이었다."호위대장, 이놈이 무엇하는 놈인지 들여다보거라."그러자 호위대장은 거친 손으로 사내의 멱을 잡아 끌어올렸다. 그는 환관 노애였다. 그가 태후와 정을 통하고 있다는 것을 빌미로 궁내에서 유세가 대단했으므로 호위대장은 늘 손톱 밑의 가시처럼 보아 왔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장신후 노애인 줄 아옵나이다.""뭐라? 장신후 노애?" 더욱 격분한 왕은 호위대장에게 친국을 명했다."내 이놈을 친히 국문하겠노라. 친국이 끝낼 때까지 궁문을 굳게 닫아걸고 그 누구도 궁에 들이지 말라. 알겠느냐?"그리고는 호위대장에게 그를 끌고 국문장으로 향할 것을 명했다.호위 병사들은 벌거벗은 노애를 개 끌듯 끌며 궁내 한갓진 곳에 마련된 국문장으로 향했다.노애에 대한 진왕의 친국은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계속됐다. 첫날은 진왕이 두 눈을 똑바로 뜬 채 앉은 앞에서 곤장 치기를 계속했다. 구차하게 묻지도 않았다. 곤장질만 계속했다. 기절하면 찬물을 끼얹고 다시 정신을 차리면 곤장을 내리쳤다. 엉덩이 살이 물러 터져 피가 묻어났지만 곤장은 계속됐다. "대왕마마, 살려 주시옵소서."노애는 고통을 호소하며 살려 줄 것을 애원했지만 곤장이 멈추지는 않았다.다음날은 붉게 달군 인두가 대령됐다."사실을 대왕마마께 고하렷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니라."호위대장이 친국을 돕고 있었다.뼈가 나올 만큼 인두질은 계속됐다. 노애의 비명이 궁안이 떠나갈 듯 크게 퍼졌다.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국문은 멈추지 않았다.심지어 예리한 칼로 살을 도려내는 등 갖은 고문이 이루어졌다.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모든 고문 방법이 동원되고 있었다.하지만 진왕의 노기는 풀리질 않았다. 어머니 태후에 대한 분노가 고문 속에 묻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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