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허'·'매그니피센트7'·'레전드 오브 타잔' 멀티 리메이크 유행

 

추석 연휴 흥행몰이 중인 외화 '벤허'와 '매그니피센트 7'은 공교롭게 모두 리메이크 작품이다. 그것도 한번 다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리메이크된 영화다.

'벤허'는 원래 미국 남북전쟁의 영웅인 루 월리스 장군이 쓴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벤허'는 최초로 1907년에 15분짜리 무성영화로 제작됐다. 1907년 영화는 분량의 한계상 소설의 일부만을 스크린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고, 분량의 대부분을 전차 경주 장면에 할애했다.

본격적으로 영화화된 작품은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MGM이 1925년에 제작한 '벤허'다.

'예수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벤허'는 2시간 23분짜리 무성영화로 만들어졌다. 당시 돈으로 390만 달러로, 무성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었다. 

1925년 작 영화 '벤허' 포스터
1925년 작 영화 '벤허' 포스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벤허'는 MGM이 또다시 막대한 물량을 투입해 1959년 만든 작품이다. 1925년 작을 뛰어넘은 대작이다. 총 제작 기간 10년에 동원된 출연진만 10만 명에 달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15분짜리 전차 경주 장면을 위해 촬영 기간이 3개월 소요됐고 1만5천명이 4개월간 연습했다고 한다.

이전 작품과 달리 유성 영화에 컬러 영화다. 상영시간이 3시간 32분에 달한다.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벤허'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네 번째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전 작품을 2시간 3분으로 압축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의 '매그니피센트 7'은 추억의 서부극 '황야의 7인'(1960)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한글 제목은 차이가 나지만 영어 원제는 'The Magnificent Seven'으로 같다.

율 브리너,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등 호화 캐스팅으로 유명한 '황야의 7인'도 원작이 있다. 일본의 거장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1954)이다.

'7인의 사무라이'의 줄거리는 서부극으로 리메이크된 영화 2편과 비슷하다. 산적들의 약탈에 신물이 난 가난한 촌락이 사무라이를 모집해 산적들과 싸운다는 내용이다.

영화 '7인의 사무라이' 포스터
영화 '7인의 사무라이' 포스터

 

결국 '매그니피센트 7'도 리메이크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황야의 7인'은 '매그니피센트 7'외에 별종의 자식을 낳기도 했다. SF 영화 '우주의 7인'(1980년)이다. 무대가 외계 행성 아키아로 바뀌었을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작품 중에서 서부극으로 리메이크된 작품은 또 있다. 두 악당 패거리를 오가며 양쪽 진영을 다 무력화시킨 한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담은 '요짐보'(1961)다.

이 작품은 '스파게티 웨스턴'의 창시자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1964)로 재탄생한다. 이 영화는 30여 년이 지나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라스트 맨 스탠딩'(1996)으로 또 리메이크된다.

하지만 아키라 감독이 '7인의 사무라이'를 만들 때 존 포드의 '황야의 결투'(1946)에서, '요짐보'는 조지 스티븐슨 감독의 '셰인'(1953)과 프레드 진네만의 '하이눈'(1952)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서부극과 아키라 감독 간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셈이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이같이 되풀이돼 제작된 작품이 적지 않다.

6월 말에 개봉한 '레전드 오브 타잔'이 대표적인 경우다. 타잔은 미국의 소설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가 1912년에 쓴 '유인원 타잔'이란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다.

이 타잔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1918년 작 '유인원들의 타잔'(Tarzan Of The Apes·1918)을 시작으로 무려 100여 편에 달한다. 타잔 역을 거쳐 간 배우도 수십 명이다.

1918년 작 영화 '유인원들의 타잔' 포스터
1918년 작 영화 '유인원들의 타잔' 포스터

 

타잔과 마찬가지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가 또 있다. DC코믹스의 슈퍼 히어로 '배트맨'과 '슈퍼맨'이다. 올봄 개봉했다가 실망만 안겨 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실사 영화를 '리부트'라는 명목으로 되풀이해서 다시 만든 영화다.

배트맨만 따지면 레슬리 마틴슨 감독의 1966년 작 '배트맨'부터 팀 버튼 감독과 조엘 슈마허 감독이 2편씩 연출한 1990년대 '배트맨' 시리즈,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 3부작 등이 있다.

올여름 관객몰이에 성공한 디즈니의 영화 '정글북'도 수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고전 작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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