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손녀 같은 계집을 대하고 있자니 말문이 막혔다. 왕전은 허허로이 술잔을 들었다.

“한 잔 길게 들이켜시고 소녀도 한 잔 주시옵소서. 이 시대의 명장이신 왕전 장군님의 잔을 받는다는 것은 크나큰 영예가 아니고 무엇이겠사옵니까?”

“그래 내 잔 받기를 소원하더냐?”

“그렇사옵니다. 지아비로 모실 대장군님이신데…….”

“지아비라니?”

“이 밤에 수발을 모시면 지아비가 아니고 무엇이겠나이까?”

“허 그 참. 보자보자 하니 더욱 맹랑하구나.”

계집은 술잔을 내려놓기 무섭게 안주를 집어 노장군의 입에 가져갔다. 음식을 흘리자 이내 자신의 저고리 자락으로 장군의 입을 닦아주며 배시시 웃었다. 왕전은 갖은 애교를 부리는 어린 계집이 싫지 않았다. 도리어 고목 한구석이 스멀거렸다. 오랜만에 맛보는 기분이었다. 고향에 내려가 있는 동안 여색을 가까이 해보았지만 기운이 돌지 않아 이제 죽은 목숨이라고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늙은 아내와 마주하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린 계집의 비릿한 냄새를 맡고 난 뒤 몸이 요동치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왕전은 스스로 몸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니 아직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욕망이 일어섰다.

늙은 왕전은 술상을 와락 밀치고 어린 계집을 덥석 안아 입술을 덮었다.

때 묻지 않은 미소녀의 신선한 향기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미로움이었다. 늙은 사내는 어린 계집을 감상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전장을 떠돌며 숱한 계집과 접해 보았지만 이리도 어린 계집을 만나 본 적은 없었다. 사실 그러고 싶었지만 남의 이목이 두려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몸. 무엇이 두려우랴.

왕전은 한참 동안 그녀의 고운 입술을 탐닉한 뒤 술로 목마름을 달래며 말했다.

“내 너를 감상하고 싶구나.”

“장군께옵서는……. 부끄럽사옵니다.”

“지아비가 몸을 보자는데 뭬 부끄럽단 말이냐?”

왕전은 천천히 계집의 저고리 옷섶을 풀어헤쳤다. 그러자 그녀는 못 이기는 척하고 돌아앉으며 얼굴만 붉혔다.

계집이 저고리를 벗고 치마를 벗어 윗목에 밀쳤다. 그리고는 속옷을 벗자 누구도 훔쳐보지 못한 속살이 뽀얗게 드러났다. 그녀는 양팔로 가슴을 가리고 왕전 옆에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살며시 떨구었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왕전은 마른 침을 삼키며 그녀를 당겨 품에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