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속세의 미진조차 묻지 않은 몸이기에 손끝이 매끄러웠다. 한입에 들어갈 듯 앙증맞은 몸매가 조바심을 더했다.

제 말로는 다 익었다지만 왕전의 눈에는 아직 솜털을 뒤집어쓴 병아리였다.

왕전은 깨물면 터질까, 불면 날아갈까, 생금을 만지듯 어린 계집을 누이며 바지춤을 풀었다. 전장에서 단련된 몸이라 아직은 쓸 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난 황소처럼 박동이 달아오르는 것으로 보아서도 아직은 살아 있었다.

다소 몸이 처지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린 계집 하나쯤이야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일을 치르는 것은 마음 같지 않았다. 서슬 푸른 칼날도 이제 무디어지고 적진을 향해 내지르던 포효도 잦아든 지 오래였다. 눈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점령하는 것도 숨이 찼다. 겨우 발버둥 치며 산을 올라 두 손을 높이 쳐들어보았지만 옛날 같은 승리감은 오간 데 없었다. 긴 한숨만 내쏟았다.

“대장군님, 염려를 거두시와요. 병가지상사라고 하질 않사오니까?”

어린 계집이 왕전의 쳐진 어깨를 다독거리며 말했다.

“그래그래, 네 말이 옳다. 어찌 이리도 예쁜 짓만 골라서 하느냐?”

왕전은 풀죽은 몸으로 술잔을 길게 들이켰다.

“밤은 생각보다 기옵니다. 서둘지 마시와요. 오늘 산에 오르지 못했으면 내일 또 오르면 되시는 것을. 초조해 할 이유가 뭬 있사오니까.”

“그래. 오늘은 술을 들고 내일 다시 산에 오르도록 하자꾸나.”

풀죽었던 왕전은 그제야 기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왕전은 어린 계집을 옆에 앉혀 두고 잠시도 자리를 뜨지 못하게 했다. 수발을 드는 것도 마다했다. 오로지 자신의 옆에 앉아 있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다음날, 왕전은 드디어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 계집의 신음에서 아니 살려달라는 애원에서 아직 자신이 건재함을 깨달았다. 날아갈 듯이 기뻤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며칠을 설득당한 왕전은 그제야 진왕의 뜻을 받아들이고 싸움터로 나갈 것을 다짐했다.

“신 왕전, 대왕마마의 뜻을 받자와 초나라를 거두로 나가겠나이다. 다만 청이 있사온데 그것만은 들어주시길 간청하나이다.”

왕전은 더욱 자세를 낮추고 진왕에게 간청했다.

“청이라니 무슨 청이오? 내 못 들어 줄 이유가 없소. 왕전장군의 청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들어드리겠소.”

진왕은 왕전이 무엇을 청할까 짐작해보고 있었다. 계집을 달라는 것일까? 아님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