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전은 여러 차례 망설이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번 출정에서 초나라를 멸하고 돌아오면 신에게 좋은 전답과 저택을 내어 주시옵소서. 그 약속만은 지켜주셔야 하옵니다. 대왕마마.”

의외의 청이었다.

“아니 좋은 전답과 저택이라니……. 장군께서도 사욕을 갖고 있단 말이오?”

“사욕이 아니옵니다. 제 자손들을 위한 것이오니 부디 청을 거두어주시기 바라옵니다. 대왕마마.”

왕전은 더욱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조아렸다.

진왕은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즉답하지 않고 잠시 동안 머뭇거렸다. 늙은 장군의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노망기가 든 것은 아닐까 우려했다. 초나라를 치고 돌아온다면 전답과 저택을 못줄 것도 없지만 지난날과 달리 그런 것을 탐하는 왕전의 모습이 낯설었다. 어린 계집의 말처럼 정말 그가 늙은 것인가? 노망한 것일까. 반추했다. 진왕은 그제야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왕전은 출정에 앞서 진왕에게 나아가 이 약속을 다섯 번이나 확인받았다.

진왕 영정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매번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내심 왕전이 욕심 많은 늙은이로 변했다거나 약간은 노망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정을 물러나온 왕전은 채비를 갖추고 전장으로 향했다. 그의 뒤에 부장들이 따랐으며 숱한 장수들이 뒤를 따랐다. 병졸들은 흙먼지를 날리며 황톳길을 따라 강물처럼 굽이쳤다.

진왕은 친히 파수까지 나와 그를 전송했다.

초나라는 함양에서 먼 길을 가야 했으므로 느긋한 마음으로 말을 몰았다. 스스로도 이번이 마지막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마음을 다졌다.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자신은 절대 조정에 나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왕전이 국경을 지나 초나라로 침공해 들어갈 때였다. 그를 뒤따르던 부장이 말을 타고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주변을 살피다 조금은 한가한 분위기를 틈타 왕전에게 물었다.

“대장군께서는 어찌하여 대왕마마께 다섯 번씩이나 좋은 저택과 전답을 달라고 보채셨사옵니까. 보기가 민망하였사옵니다.”

부장의 말투에는 왕전에 대한 존경심과 동시에 측은함이 함께 묻어 있었다.

그제야 왕전이 빙긋이 웃으며 속내를 털어 놓았다.

“이 늙은 몸이 무엇에 욕심이 있어 재산을 달라고 간청했겠는가. 재물을 탐해선가 아님 정말 자손을 위해서란 말인가?”

그는 반문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전답을 달라고 간청했나이까?”

부장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