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성 유성선병원 부원장 겸 뇌졸중센터장

아웃라이어(outlier)란 통계학적으로 다른 관측 대상물로부터 멀리 떨어진 표본을 말하지만 일상에서는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공을 거둔 탁월한 사람을 뜻한다. 우리는 이들의 성공 요인을 천부적인 재능이나 타고난 배경 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영국 출신의 캐나다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저서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진정한 요소는 그들의 탁월한 재능이 아니라 그들이 누린 특별한 기회이다”라고 주장한다.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100인의 명단에는 19세기 초중반에 출생한 미국인이 14명이나 포함돼 있다. 우리도 잘 아는 석유왕 존 D. 록펠러,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 금융왕 J.P. 모건 등은 모두 1830년대에 태어났다. 이 사람들은 미국 경제가 급변했던 1860년대와 187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했다. 이 시기의 미국은 기존의 전통적인 경제 체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경제 변화가 시작됐다.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지 4년이 지난 1869년에 드디어 미국 동서를 잇는 대륙 횡단 철도가 완공대 물류와 운수업 등이 활발해지며 철도와 관련된 주식의 거래가 성행했다. 1866년 대서양 해저 전선이 부설돼 런던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면서 뉴욕 월스트리트에서의 증권 발행 및 거래액이 현저히 증가됐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필연적으로 사람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1830년대에 태어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던 것이다.

1975년 미국의 에드 로버츠가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인 알테어 8800을 개발했다. 그 이후 1981년 IBM에서 IBM PC를 만들면서 세계 정보 통신 혁명의 서막이 올랐다. 이 역사적 혁명의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는 1950년대에 태어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실제로 현재 정보 통신을 이끄는 거물들은 거의 대부분 이 시기에 출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 등은 모두 1950년대에 태어났다.

성공에 필요한 기회는 항상 자신이나 부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온다는 것이다. 즉 시대적 변화를 면밀히 파악해서 그 흐름에 잘 편승해야 자기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만 잘 파악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성공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자명할 것이다. 미국의 음악가이자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은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씩 10년간 연습한다는 것이다. 이런 ‘1만 시간의 법칙’은 그동안 성공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져 왔다.

최근엔 이 법칙을 뒤집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심리학 교수인 잭 햄브릭은 연습만으로 충분하지 못한 무엇이 있음을 체스와 음악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연구에서 노력한 시간이 성공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이 음악과 체스에서 20~25%에 불과했다며, 이런 요인은 지능, 천부적인 재능 그리고 특정한 활동을 시작한 나이 등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더 중요한 요소일까? 아직은 불확실한 것 같다. 오히려 그런 물음 자체가 어리석을 수도 있다. 앞에서 말한 지능, 재능, 노력 그리고 시대적 변화 등이 모두 성공의 밑거름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지능이나 재능이 없다고 과연 성공을 포기해야 할까?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라고 했고, 말콤 글래드웰은 덧붙여 “성공은 보통의 사람들이 30초 만에 포기하는 것을 22분간 붙잡고 늘어지는 끈기와 지구력, 그리고 의지의 산물이다”라고 말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우리 주위에서는 노력으로 여러 장애와 난관을 헤치며 성공한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어쩌면 노력이 성공하기 위한 요소의 전부는 아니어도 성공을 이끄는 원동력일 수는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부와 권력의 대물림, 금수저 등 사회적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과 많은 노력을 해도 사회적 기회의 불균등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의 불균등은 현재뿐만 아니라 오래전에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예전부터 들었던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와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그냥 전해 내려오는 말은 아니다. 아마도 사회는 앞으로도 계속 급변할 것이며, 그 흐름을 인지하고 노력하는 자만이 성공에 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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