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이 가져올 길과 터의 진화

교통이라는 문제는 복잡다단해 어느 한 측면에서만 바라볼 수 없다. 교통이라는 기능적인 단면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라는 전체적인 시각(global approach)에서 접근해야 한다. 도시, 사회, 경제, 환경, 교통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고 이를 종합적인 측면에서 다룰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가 바로 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 선진국들은 언제부터 트램을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대전은 왜 트램을 도입하게 됐는지 시발점을 들여다본다.

교통혼잡 해결사 노면전차…승용차 아닌 사람 위주 교통정책
◆세계 트램의 시발점

원형은 19세기 버스의 등장 이전 도시에서 시민수송을 담당하던 마차철도(Horsecar)가 수송능력 한계와 공해 문제(말똥)로 한계점에 도달하자 말 대신 전기로 동력을 바꾸면서 등장하게 됐다.

첫 발명은 독일의 지멘스이지만 실용화는 미국에서 1887년 선수를 쳤다. 기존 기차보다도 압도적으로 싼 시설비와 가격에 높은 수송능력을 가진 덕분에 이후 10여 년 새 전세계의 도시에 폭발적으로 보급됐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교토에서 1895년 ‘교토 전기 철도’노선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궤도가 정비됐고 우리나라는 서울에서 1899년 서대문∼청량리 구간에 처음 개통된 뒤 4대문 안을 중심으로 연결됐다. 이후 부산에도 건설됐다.

국내의 서울전차와 부산전차는 1968년 완전 폐선돼 지하철로 전환됐다. 그러나 노면전차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적으로 퇴보하게 됐다. 버스와 승용차의 폭발적 보급으로 인해 관광상품 이상의 가치를 상실하면서다. 그러나 최근 환경문제와 도시교통문제가 각국의 핵심쟁점으로 대두되면서 다시 노면전차를 활용,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여러 도시가 관심을 가졌고 새롭게 각광받는 추세다. 이처럼 교통 혼잡을 해결할 방안으로 노면전차가 전 세계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승용차의 통행을 방해하는 노면전차의 특성 때문이다. 승용차 통행을 원활히 하는 것이 우수한 교통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교통 정책의 1순위 목표는 승용차가 원활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닌 사람이 원활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승용차 통행만 생각하자면 도로를 무한정 확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승용차의 통행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방법이고 승용차 억제를 위해 도로를 공유하는 트램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실례로 호주 시드니는 1988년 건설해 25년간 운영해온 고가 모노레일을 철거했다. 승객이 적은 데 비해 유지비용이 많고 타고 내리는 데 불편하기 때문이다. 사고 때 승객들이 탈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도 철거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문제는 노면전차가 다니게 하려면 도로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승용차 운전자에게 저항감을 줄 수 있지만 도시정책이 사람에게 맞춰지려면 승용차가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 시대를 동시에 맞고 있는 한국에서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의 도입은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불가피하다면 비용이 덜 들고 교통약자에게 편리한 수단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교통복지에 대한 수요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트램 도입은 철도기반의 교통체계 구축이 되면서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질 높은 교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비용·공해 줄여주는 트램…녹색성장·도시재생 시동
◆대전 트램 시발점

대전시가 트램을 선택하게 된 여러 이유 중 국내 여건의 변화가 한몫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의 시작과 함께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교통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제기됐으며 해결방안에 대한 관심 또한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이에 1970년대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형 중량전철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하철 건설에 투자했고 1990년대 ‘도시철도법’ 제정과 함께 도시철도사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구체화되면서 지방 대도시에서도 지하철 건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중전철노선과 경전철노선은 막대한 사업비가 투자됐는데도 당초 예상했던 이용수요만큼의 수송실적을 보이지 못했다. 운영상의 문제는 물론 지자체의 재정 악화를 초래하고 있어 당초 계획했던 타당성이 많이 훼손 됐다.

해외 선진국들의 트램 도입 이후 다양한 성공사례 역시 힘을 보탰다. 트램은 현재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으로 인식됨과 동시에 단순한 교통 프로젝트가 아닌 보다 넓은 도시 발전을 위한 도시 프로젝트의 개념으로 도시환경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하나의 수단으로 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유럽 대도시의 경우, 대부분 트램을 운행하고 있으며 그르노블, 보르도, 낭트, 카셀 등의 도시들은 도시철도 연장보다 오히려 트램 노선이 더 길다. 인구당 트램 연장도 20㎞/천명 을 초과하는 도시들(그르노블, 카셀, 헤이그, 포르토, 취리히)이 존재한다.

이 같은 배경과 도시, 교통, 환경, 이용객 편의 및 타 교통수단 이용객 측면을 살펴본 뒤 시는 지난 2014년 12월 도시철도 2호선 노선으로 트램을 결정했다.

도시적 측면에서 트램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 왔던 도시를 자동차가 살기 좋은 구조가 아닌 사람이 살기 좋은 구조를 가진 도시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도시공간 이용의 효율화를 도모한다. 역 간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트램이 들어서는 역 주변뿐만 아니라 전체 트램노선 주변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여기에 트램은 노선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게 돼 미래를 위한 도시 마스터플랜 수립을 가능하게 한다. 트램은 도시의 미래를 위한 도심 활성화 및 재생, 도시 기능 재배치 기능을 위해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램은 미려한 외관으로 ‘도시 오브제’의 기능도 갖추고 있어 도시를 개발하거나 도시 이미지 변화를 위해 거대한 건축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경우 도시 이미지 변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 트램은 지속가능성과 녹색성장에 부합하는 교통수단이다. 트램에 대한 투자는 자동차 이용객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지·정체완화를 통한 사회적 비용 및 오염 비용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또 자동차 운행의 감소로 도로 소음이 감소돼 도심의 보행자, 자전거 이용객, 그리고 도심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이동 환경을 보다 편안하게 해 주게 되고 이는 다시 무탄소 교통수단의 이용률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트램이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기오염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녹색성장 및 지속가능 발전과도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한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도시적인 측면에서는 도시 확산(urban sprawl)을 막고, 도심을 재활성화하고, 도심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통수단이 바로 트램”이라며 “경제적으로는 지나친 자동차 사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교통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한 이동성(mobility)의 욕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지하철과 버스의 공극을 메워 줄 수 있고, 더 나아가 기본적으로 노면에 건설되기 때문에 교통 접근성 측면에서 버스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 행동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교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인간의 행태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노면을 활성화해 인간에게 거리를 돌려주려는 그리고 도로교통혼잡 해결을 위해 공급이 아닌 도로 다이어트를 통한 다양한 교통수단들이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트램”이라고 소개했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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