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 '불법 낙태수술 중단' 선언…"사회적 합의부터"
복지부, "낙태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이자 형사처벌 대상"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의료인 처벌을 강화하는 정부의 입법예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대리수술,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을 뿌리 뽑기 위해 비도덕적 진료행위 시 의료인의 자격정지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리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담긴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총 8가지로 '모자보건법을 위반해 시행된 인공임신중절수술'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으로 비도덕적 개정안의 진료행위 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11일 주장했다.

입법예고 기간인 다음달 2일까지 개정안이 수정되지 않으면 현재 불법이지만, 의료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임신중절수술을 중단하겠다는 게 의사회의 방침이다.

김동석 의사회 회장은 "현행법상으로 낙태는 불법이지만, 임신한 중·고등학생, 이미 자녀가 여러명인데 피임에 실패한 부부 등 현실에서 낙태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며 "낙태를 합법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처벌로 의료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게 아니라 법과 현실에 괴리가 있는 낙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현행법에 따르면 태어나서 바로 사망에 이르는 뇌가 없는 무뇌아는 물론 강간을 당했다고 증명할 수 없는 피해자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을 수 없다"며 "이런 현실에 대한 대책 없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무조건 비도덕적 의료행위라고 몰아가면 결국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비의료인에 의한 낙태, 다른 나라로 떠나는 원정 낙태 등의 위험만 커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금까지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불법으로 이뤄지면서 미혼모나 장애아 지원 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기회가 없었고 사회적 합의도 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과 현실에 괴리가 있다고 해서 불법을 묵인할 게 아니라 법을 준수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정부가 진작에 낙태에 대한 논란을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법 개정을 했다면 현재 의사들이 고충 없이 법을 따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해서 법과 현실이 따로인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복지부의 2015년 인공임신중절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가운데 7명(69%)은 임신중절을 원하지 않는 임신과 같은 개인적 사유 때문에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공임신중절수술 이유로는 원하지 않은 임신(43.2%)이 가장 많았고, 경제적 사정(14.2%), 주변의 시선(7.9%), 부모가 될 자신이 없어서(3.7%)가 꼽혔다. 산모의 건강문제는 16.3%, 태아의 건강문제는 10.5%에 불과한 상태다.

최 전문의는 "낙태는 엄연히 불법으로, 의사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아이를 낳을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중·고등학생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고 해서 낙태를 선택해도 된다는 생각은 모성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만약 태아에 기형이 발견됐다고 해서 실제 출산 이후 생존 가능성을 의사가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낙태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금지한 법을 제대로 지키고 이를 어기는 불법 낙태에 대해서는 처벌을 통해 법질서를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입법예고는 기존의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유형을 구체화하고 처벌 수준이 미흡하다는 사회적 지적을 고려해 처벌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은 기존에도 의료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1개월 이내의 자격정지 처분이 이뤄졌고 형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에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법령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라며 "국민의 건강상의 위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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