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현장중심의회, 연구하는 정책의회 만들것"

요즘은 아기가 태어나고 100일간 생존한 것을 대부분 당연시하지만 영양 공급이 불충분하고 위생상태와 보건의료수준이 낙후됐던 시절에는 생후 100일을 살았다는 것 자체가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 그만큼 100일 전에 이런저런 질환으로 숨을 거두는 신생아가 적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김경훈 대전시의회 의장에게도 취임 100일은 남다르다. 지난 7월 6일 제7대 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당당히 승리해 의장직을 꿰찬 그에게 후폭풍은 가혹했다. 권중순 의원을 차기 의장 후보로 내정한 당론을 거슬러 출마를 강행해 해당(害黨)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전격 제명 처분을 당한 것이다.

현역 광역의회 의장에 대한 제명은 이례적이었고, 그의 임기는 순탄치 않게 시작했다. 하지만 ‘그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격언처럼, 거친 풍파를 만났던 그 역시 담담히 의장직을 수행하며 10월 13일을 기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시의회 다수당인 더민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하루아침에 무소속이 된 김 의장은 집무실에 내걸려 있는 ‘듣고 참고 품어라’라는 문구를 가슴속에 새기고 있는 듯, 아픔을 곱씹으며 또 다른 내일을 향해 정진하고 있다.

서서히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으며 ‘백일상’을 받은 김 의장으로부터 지난 100일간의 소회와 시의회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복안 등에 관해 들어본다.

-취임 100일을 맞는 소회는.

“대전시민의 행복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초심 그대로의 자세로 ‘시민과 동행하는 열린 의회’를 구현하겠다는 포부로 취임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0일이다. 의장이 되고 보니 의회 운영과 관련된 사항뿐만 아니라 시정 전반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고, 한시도 시민의 대표인 시의회 의장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다.”

-다수당 소속 의장에서 갑작스럽게 무소속이 된 심경이 복잡할 텐데.

“후반기 의장 선출과정을 거치면서 무소속이 됐다. 원 구성에서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시의회를 염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민들도 많을 것이고, 곡해된 소문들로 인해 과연 시의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지 걱정하는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 가끔은 진실을 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침묵임을 믿는다. 그 침묵은 영구히 계속되는 침묵이 아니요, 때가 돼 비로소 진실의 진면목이 수면으로 떠오르게 됐을 때, 굳이 백마디의 말이 아니고서도 진심은 통하리라는 것을 믿는 것, 그것이 세상 사는 이치임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기에 민생을 챙기는 일에 오롯이 몰두할 것이다. 시민들의 편에 서서 오직 시민들만 바라보며 부끄럽지 않은 의정을 펼칠 것임을 약속한다.”

-시 산하 공기업 사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간담회 무용론·폐지론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관한 견해는.

“민선 6기 출범 이후 여섯 차례 인사청문간담회가 개최됐는데, 후보자의 업무수행능력과 도덕성·공직관 등을 검증해 정실인사라든지 부실경영과 방만한 운영으로 시의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관련 법규상 근거 규정이 없다 보니 기능적 실효성보다 상징성, 즉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각에서 무용론이 대두됐고, 도시철도공사 전직 사장이 직원 부정채용에 연루돼 해임이 결정되면서 폐지론이 거론됐다. 지방의회 차원의 인사청문간담회는 국회의 청문회와 달리 분명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도 시와 협의를 통해 인사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여과기능을 하는 것이 시민들의 뜻이라고 볼 때, 존재만으로도 경고음을 낼 수 있고, 후보자의 청렴성·전문성을 제고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본다.”

-민영화 논란을 빚는 상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의 민간투자 방식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월평정수장과 송촌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에 있어 민간기업이 장기 위탁관리한 후 기부채납하는 식의 민간 위탁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민영화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에 시의회에선 이 사업이 시의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한 도구이며, 시민의 건강과 요금 부담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시설은 언젠가는 도입해야 하는 것이고, 시 재정이 어려워 민간자본이 들여오는 부분에 대해선 특혜 의혹이 없도록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시의회 차원에서도 극단적인 결론보다는 시민과 각계각층의 중지를 모아 운영 방식에 대해 시 재정을 고려한 실익을 꼼꼼히 따져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 시민들에게 맑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도록 하겠다.”

-후반기 시의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기본에 충실하며 시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의회가 되도록 하겠다. 소통하고 화합하는 의회상 정립을 위해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집행부와는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해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등 상생하는 의회가 되도록 하겠다.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발로 뛰는 현장 중심의 의회, 의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하는 정책의회를 만들겠다. 의회민주주의의 핵심적 제도이자 지역의 최고의결기관인 지방의회의 위상과 발전을 위해 입법 보좌관제 도입과 인사권 독립 등 두 가지 현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활동 등을 통해 노력해 나아갈 것이다.”

-의정활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각오는.

“11월 7일부터 제228회 제2차 정례회가 시작되고, 행정사무감사는 11월 8일부터 17일까지 열흘 일정으로 시와 시교육청을 비롯한 산하기관 등 38개 기관에 대해 실시된다. 이번 행감은 7대 의회 후반기 들어 첫 행감인 만큼 각종 현안과 시책사업들이 얼마나 내실 있게 집행됐는지를 의원들의 열정과 노련함, 전반기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히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시민생활과 밀접하고 대전 발전과 관련된 현안들의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요소들을 철저히 밝혀내 책임 소재를 가릴 것은 분명히 추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감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10월 한 달간 불합리한 행정사항, 예산 낭비 사례 등에 관해 시민들의 제보를 받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대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트램(노면전차) 방식의 도시철도 2호선 건설,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옛 충남도청 및 도경찰청 부지의 통합적 활용, 대전산업단지 재생사업과 서측 진입로 건설 등이 있다. 이러한 굵직굵직한 현안 해결을 위해 시의회가 중심이 돼 이를 이슈화하고, 각계각층의 중지를 모아 중앙정치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청와대와 국회, 관계부처를 정례적으로 방문하는 등 건의·촉구에 앞장서겠다. 충청권의 공동현안에 대해서도 세종시의회, 충남·충북도의회와 대승적 차원에서 공조를 이뤄 상생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 장기간 침체된 원도심의 기능 회복을 위한 현안에 대해서도 정책간담회나 토론회, 공청회를 열어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정치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현실은 어렵지만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시민이 행복한 삶이 되도록 하겠다. 앞으로 남은 2년의 임기, 오로지 시민의 행복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보다 더 나은 시민의 행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동료의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소통과 화합은 경청으로부터 시작된다. 항상 소통과 경청하는 마음으로 후반기 시의회를 이끌어 가겠다. 전반기에도 그러했듯 아낌없는 성원과 참여, 매서운 질책을 기대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김경훈 의장은.

▲1967년 4월 25일 충북 옥천 출생

▲소속 정당: 무소속

▲지역구: 대전 중구 제2선거구(목·중촌·용두·오류·태평동)

▲학력: 이원초, 이원중, 옥천고, 대전대 법학과

▲경력: 태평2동 주민자치위원, 중구 도시계획위원, 도시철도 2호선 중구경유위원회 부위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법무부 법사랑위원, 대전대 총동문회 부회장, 장기요양등급 판정위원, 대전YMCA 생명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의정활동: 제5대 중구의회 후반기 사회도시위원장, 제6대 대전시의회 전반기 복지환경위원장, 제7대 대전시의회 전반기 운영위원장 및 후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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