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정직 처분을 받고 복귀한 대전문화재단 정책기획팀장 A씨가 한 직급 높은 예술진흥실장으로 발령돼 논란이 일고 있다. 승진 문제로 불만을 가져 당시 문화재단 대표를 폭행해 정직 처분까지 받은 당사자를 당사자가 원했던 자리로 복귀 발령을 낸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역 문화계에서 일고 있다. 특히 당시 박찬인 대표는 이 문제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반면 가해자인 A 팀장은 오히려 복귀 후 승진한 셈이 돼 윤리적으로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재단에 따르면 전 정책기획팀장이었던 A 씨는 재단직제 및 정원규정에 따라 급수(2급)에 맞는 예술진흥실장으로 복귀했다. 재단 정관상 2실장 체제인 현재 실장자리에는 ‘임기제 가급 또는 2급(나급)’만 임용될 수 있다. 이번 인사 이전, 문화기획실장 자리에는 ‘임기제 가급’ 실장이 재직 중이고 예술기획실장은 3급(다급)인 전 예술지원팀장이 직무대리로 겸직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재단은 A 팀장을 예술진흥실장에 임용한 것은 정관상 원칙적인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역 문화계는 “폭행의 피해자는 책임을 지고 그만 뒀는데 가해자의 승진하는 모양새는 윤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전민예총 관계자는 “A 팀장이 원래 급수에 맞는 자리에 간 것뿐이라고 해도 정직 이유가 승진 때문에 일어난 폭행사건인데 복귀하자마자 승진을 시켜준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재단 내에서 조직개편을 준비 중인데 전체적인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인사를 한 것도 아니고 복귀하자마자 인사결정을 내린 것은 섣부른 결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화단체 인사도 “정관상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기엔 재단의 도덕적 해이가 눈에 띈다”며 “재단 내에서 ‘승진하고 싶으면 윗사람 때리고 그만두게 하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다. 당연히 정관,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승진 인사’는 재단 내에서 충분히 고려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A 팀장은 지난 5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창립총회에서 승진에 대한 불만으로 전 대표를 폭행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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