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당 음악극 '솔랑시울길' 오늘부터 이틀간 네차례 공연

한마을에서 자라난 네 명의 친구가 있다. 학교 졸업 후 뿔뿔이 흩어졌던 이들이 반창회를 계기로 다시 모인다. 이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그대로 품고 있는 변하지 않은 동네를 함께 돌며 과거의 추억을 곱씹는다. 오랜만의 만남을 통해 헤어져 있는 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이 서로 많이 다름을 알게 되고, 현재 직면한 삶의 고통이 서로 교차하면서 가벼운 갈등을 겪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갈등은 함께 나눈 추억의 힘으로 극복하게 되고 서로의 삶을 격려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음악극 ‘솔랑시울길’

대전역 동광장 너머 소제동, 여기 잊혀가는 작은 골목길이 있다. 반짝이는 솔랑산길이라는 의미의 ‘솔랑시울길’이라 불리는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철도관사 40여 채가 남아있는 곳이다.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근·현대 대전 철도문화유산의 현주소이자 식민지 유산이기도 하다.

오는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대전예술의전당이 이곳을 배경으로 한 창작 음악극 ‘솔랑시울길’을 선보인다. 대전예당 앙상블홀에서 네 차례 공연되는 솔랑시울길은 우연히 이 길을 알게 된 대전예전당 송현석(홍보교육팀장) 팀장의 골목길 답사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대전의 소중한 자산과 가치를 기억하는 동시에 세련된 방식으로 대전이라는 도시의 브랜드를 홍보해 보자’는 취지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솔랑시울길은 이곳의 이미지를 가장 아름답고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장르로 음악극의 형태를 선택했다. 팍팍해진 삶속에 지쳐가는 우리들을 어릴 적 기억을 포근히 품고 있는 정겨운 골목길로 안내한다.

‘침향’, ‘돐날’, ‘카페 신파’, ‘여자이야기’ 등을 집필해 문화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제1회 차범석 희곡상 등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극작가 김명화(김난희)가 연출을 맡아 지역 극작가인 신채원의 작품을 무대화시킨다.

또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이자 이번 공연의 총 음악감독을 맡은 박종훈이 사라지는 솔랑시울길에 대한 아쉬움과 이를 기억하기 위해 직접 작곡, 프로듀싱한 ‘솔랑시울길’ 앨범을 발매해 완성도 높은 라이브 연주를 선보인다. jtbc ‘밀회‘, sbs ‘너를 사랑한 시간‘, kbs ‘페이지터너’에서 열연하기도 했던 그는 클래식, 재즈, 탱고, 뉴에이지 등 여러 장르를 뛰어넘는 연주는 물론 작곡과 편곡, 음반 프로듀싱과 녹음, 공연기획 그리고 라디오 방송 MC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실력파 아티스트다.

이와 함께 송영근, 이은정, 이길, 김기정, 김민하 등 출중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그때 그 시절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따뜻한 연기로 어루만진다.

대전예당 관계자는 “대전역 일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이들의 보금자리와 손때 묻은 일상들이 남아있는 솔랑시울길은 곧 철거를 앞두고 있다”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이곳의 배경이 되는 대전의 지역색을 살림과 동시에 아련하게 전해지는 옛 추억들을 소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송현석 대전예술의전당 홍보교육팀장(솔랑시울길 기획자) 인터뷰
"사라져가는 역사 속 공간 보존·간직하고 싶어"
 

우연히 동구 소제동의 작은 골목길, ‘솔랑시울길’을 방문했던 한 기획자에 의해 솔랑시울길이 음악극으로 탄생했다. 음악극 ‘솔랑시울길’을 기획한 대전예술의전당 송현석 홍보교육팀장은 “대전역 일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이들의 보금자리와 손때 묻은 일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을 보존하고 간직하고 싶었다”고 기획배경을 밝혔다.

송 팀장은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그 어떤 작품보다 솔랑시울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자신의 아이디어에서부터 프로젝트가 시작돼서기도 하지만 대전의 근현대 역사가 간직된 이곳에 대한 정보를 취합할수록 솔랑시울길에 대한 가치를 더 발견해내서다.

그는 “작품의 완성도를 더하기 위해 소제동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수십여 명의 사람들, 수백여 권의 자료를 취합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며 “대전시가 간직한 사료 및 도록들과 소제동 출신 사람들의 인터뷰가 합쳐져, 사실상 소제동에 대한 100여 년 가까운 역사가 이번 작품의 바탕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이곳의 모든 추억을 소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솔랑시울길같은 역사 속 공간을 잊지 않고 이 공간을 통해 각 세대가 소통을 이뤄간다면 세대 간 간극도 줄어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싶어 하는 장소는 반듯한 골목길보다는 구불구불한 옛모습을 갖춘 정감어린 골목길”이라며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편안함을 주는 장소인 이곳이 음악극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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