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어렵다? 노하우 알려드립니다

“독서는 지식과 교양 이전에 쾌락이며, 무엇보다 가장 이기적인 활동입니다. 직장인들이 ‘이기적 독서’에 전념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소속의 기술경영학 박사인 최병관. 그가 지질과는 무관한,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독서·글쓰기 비법서를 펴냈다. ‘나는 오십에 작가가 되기로 했다’(도서출판 미디어숲, 이하 나오작)가 바로 그것으로, 최 박사의 전직이 신문기자였음을 알게 된다면 왜 이런 책을 세상에 내놓았는지 고개가 끄덕거려질 것이다.

보통 직장인들은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한다. 더구나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일로 치부하고, ‘넘사벽’이라고 여겨 지레 겁을 먹고 글쓰기나 책 쓰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 박사는 이런 사람들에게 이런 벽을 같이 뛰어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나오작’을 선보였다.

대부분 사람이 그렇듯 저자도 처음에는 ‘닥치고 독서’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점차 독서를 통해 생각의 가닥을 잡아가고, 책을 통해 내면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며, 다른 사람들의 글만 읽는 평범한 독서가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단순한 독서가 1차원적 지적 행위라면, 글쓰기는 2차원적 고도의 창작행위로서 삶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확신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며, 자신을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는 과정을 솔직담백하게 들려준다. 인생 2모작 시대에 ‘나오작 프로젝트’를 공개한 그는 책 쓰기에 막막해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좌충우돌 분투기를 솔직하게 그린다. 하루아침에 골프 퍼터를 두 동강 내고, 술 대신 책에 취하며 독서 4원칙을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두 번째는 작가의 독서 편력기다. 조르주 페렉, 밀란 쿤데라,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니코스 카잔차키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의 작가들과 은밀하게 나눈 대화와 느낌 등을 들려준다. 세 번째는 독서와 글쓰기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작가의 개인적인 노하우를 알려준다. 책과 찐하게 오래 연애하는 법, 휴대전화 대신 휴대북을 들고 다니라는 실질적인 조언 등 글쓰기 노하우를 아홉 가지로 나눠 자신의 경험을 살려 공개하고 있다.

올해로 오십이 된 최 박사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고 가정과 직장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음에도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기이한 불안과 나이가 들면서 더 성숙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었고, 흔들리던 그의 내면을 붙잡아준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지성들의 내밀한 사유가 캄캄해져 가던 그의 내면에 환한 불을 밝혔다. 책 읽기에 빠져들다가 뒤늦게 글쓰기는 독서의 연장이며, 독서를 완성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정말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번민에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끝내 그 결심을 지켜냈다.

대전 출신으로 남대전고, 충남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Management Of Technology)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학창시절엔 기자 말고 다른 직업은 생각해보지 않았을 정도로 기자를 천직으로 여겼고, 대학 졸업 후 자연스럽게 신문기자가 됐다. 13년간 기자생활을 하다 다른 삶을 경험하고 싶어 지질연으로 자리를 옮겨 대외 홍보와 기술이전 전담조직(TLO, Technology Licensing Office)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40대 중반 들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휩싸이면서 점집을 찾아갈 정도로 고민에 빠졌던 그가 ‘사추기(思秋期)’에서 헤어나게 된 것은 책 덕분이었다. 책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한 그는 작가 강연회나 독서모임에 꾸준히 참여하며 행복한 독자로서의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는 작가로서의 삶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봉사모임에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독서와 직업체험 강의를 하거나, 일반인들을 상대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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