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연설문 등 개입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자 무겁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여론의 동향을 주시했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을 미리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충격적인 전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청와대 관계자)는 반응까지 나왔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씨의 연설문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말이 되는 소리냐"(20일 청와대 관계자),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21일 이원종 비서실장)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으나 이 해명이 무색할 지경이 됨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도 청와대 일각에서는 나온다.

경제·안보 위기 극복을 위해 국력을 결집해야 하는 시기에 최순실 관련 의혹의 중심에 박 대통령이 서게 되면서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 대한 강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원칙·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박 대통령이 주변 문제로 처음 대국민 사과를 할 정도 이번 사안이 심각성이 큰 만큼 내부적으로도 당분간 수세적인 상황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걱정도 있다.

공교롭게도 국가적 과제인 개헌을 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제안한 직후에 이런 일이 터지면서 개헌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 차질을 빚게 된 것에 따른 안타까움도 감지된다.

국정 동력 약화로 개헌 주도 구상부터 제동이 걸린 셈이기 때문이다.

한 참모는 "마음 한쪽이 무너져 내린다"고 전했다.

다만 최순실씨의 연설문 개입 의혹 보도에 대해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날 오전 "아는 게 없으니 답답하다"는 말을 했으나,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해명됐다는 자평은 가 청와대에서 나온다.

"모든 경위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첫 공식 반응에 이어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면서 최씨가 미리 연설문 등 각종 자료를 보게 된 경위가 밝혀졌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최순실과의 관계도 인정하면서 설명하면서 진정성 있게 사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내부적인 경위조사도 완료했다. 최순실씨의 연설문 개입 의혹 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에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고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연설문의 경우 실제 최씨 의견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도 청와대는 확인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앞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인적 개편 등 후속 조치 요구가 나오는 것과 관련, 일단 여론의 동향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인적 개편 등의 후속 조치를 하기보다는 상황을 더 본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과거 정권의 측근 비리와 달리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이에 비리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렸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 나온 의혹들이 대통령과 관련된 비리는 아니지 않느냐"면서 "최씨가 호가호위했고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대통령이 말씀한 대로 엄벌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르 및 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한 최순실씨 의혹과 관련,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청와대는 최순실씨 연설문 개입 의혹 등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박 대통령 사과를 계기로 최순실씨 관련한 의혹 제기가 확산되고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부각될 경우 사안별로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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