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 혼선 막고 서둘러 정착시켜야

지난 21일 천안시는 시 금고를 농협과 하나은행에 맡기기로 발표했다.

앞으로 4년 동안 이들이 천안시 시 금고 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구본영 시장이 이에 앞서 지난 6일 농협중앙회로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9명과 함께 ‘지역농업발전 선도인 상’을 수상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부상금 500만 원이 부정청탁금지법, 소위 김영란법의 위반이 아니냐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공공기관인 농협중앙회에서 농업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해 주는 이 상을 굳이 천안시의 시 금고 결정과 결부시키고, 부정청탁금지법으로 연계시키는 것은 억지스러운 주장이지 않을까?

이번 논란은 김영란법이 시행 초반부터 혼선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 보인다.

이 같은 혼선은 국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을 제정하면서 ‘부정청탁 금지’와 함께 통과시켰어야 할 ‘이해충돌 방지법’이 빠지면서 생겼다.

당시 19대 국회에서 너무 성급하게 서둘러 제정을 하는 바람에 반드시 포함됐어야 할 ‘이해충돌 방지법’을 빠트렸었고,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혼선에 대해 진즉 우려했었다.

특히 구본영 시장은 시상금으로 받은 부상금 500만 원을 수령한 즉시 자신의 명의가 아닌 농협명의로 천안시 지역발전 기금으로 기탁했다고 한다. 이는 청탁금지법의 ‘금품 등의 수수 금지 등’ 제3장 어느 조항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어떻게 보면 고무적인 사례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20대 국회에서는 ‘이해충돌 방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사례처럼 지극히 상식적인 수상에 쓸데없는 의혹이나 논란이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부정청탁 금지법에 공직자에게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1년에 300만 원이 넘는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항목과 공공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시상하고 있는 부상금의 단순한 연결은 지극히 억지스러운 발상이다.

지난 2011년 권익위가 조사한 한국의 부패인식도 조사에서는 “공직사회가 부패했다”는 시민들의 응답이 56.7%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국제투명기구 부패 인식 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밑바닥을 맴돌았으며 올해 1월 한국 행정연구원이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공무원 금품 제공이 보편적이다”라는 응답이 65.5%나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부끄러운 현실에서 탄생된 김영란법은 앞으로 투명한 우리사회를 만드는데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직자의 철밥통 관행과 갖가지 불법 로비, 금수저-흙수저의 차별, 갑과 을의 불평등 관계 등 대한민국의 고질병에 청탁금지법이 제대로 된 처방약으로, 나쁜 고름을 짜내는 수술 메스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대다수 국민들은 염원하고 있다.

다만 건강한 사람에게 필요 없는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을 권유하는 것이 위험하듯, 이런 저런 사례에 적당하게 김영란법을 엮고 적용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일은 오히려 제대로 김영란법이 뿌리 내릴 수 없게 방해를 한다.

김영란법이 건강하게 우리사회에 정착하고 제대로 시행된다면 더 이상 이런 혼란이 소모적인 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루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천안=김완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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