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2013~2014년 충남 부여군 규암면 왕흥사지(사적 제427호)에 대한 발굴조사 때 출토됐던 ‘백제 치미’를 복원해 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치미는 동아시아 전통건축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지붕 장식기와로 건물의 용마루 양 끝에 올려 건물의 위엄을 높이고 귀신을 쫓는 역할을 하는 부재다. 장식된 막새문양과 발굴된 다른 유물을 비교해 볼 때 이번에 공개되는 치미는 왕흥사지 창건 당시(577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되며 부소산 폐사지 치미, 미륵사지 치미 등 현재까지 알려진 고대 치미들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백제 사비기의 기와 제작기술과 건축기술, 건축양식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출토된 치미는 전체를 한 몸으로 제작한 뒤 상·하로 나눠 가마에서 구워낸 것으로 추정된다. 동쪽 승방터로 판단되는 건물지의 남북 양끝에서 각 1점씩 출토됐으며 고대 건물지에서 용마루 좌우의 치미 1벌(2점)이 함께 출토된 사례는 처음이다. 건물 지붕에서 떨어지면서 파손된 채 오랜 기간 땅에 묻혀 있어 파편들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남쪽 치미는 상부만, 북쪽 치미는 하부만 복원했으며 3차원 입체영상(3D) 기술을 활용해 상하부 전체를 복원한 이미지도 만들었다.

왕흥사지 치미는 마름모꼴 꽃장식인 연화문(蓮花紋), 구름문, 초화문(草花紋) 등의 문양으로 화려하게 장식했고 전체적으로는 꼬리 부분을 하늘로 향해 날카롭게 표현해 마치 새가 꼬리를 세워 비상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여기서 단순할 수도 있는 지붕장식을 화려함과 위엄을 갖춘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백제 최고 수준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출토된 치미는 3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진행되는 ‘6∼7세기 백제·신라 기와의 대외교류’ 학술대회에서 관계전문가들과 일반에 한 차례 공개됐으며 오는 29일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세계유산 백제’에 출품돼 전시될 예정이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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