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문제와 인명’, 뭐가 더 중할까?

조류 인플루엔자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지금, 우리 정부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살 처분되는 닭과 오리로 인한 축산농가의 극심한 피해, 여기에다가 생닭, 생오리 등 가금류 축산가공품 판금 조치를 한다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분명 크다.

그러나 경제에 주안점을 두고, 인간의 생명을 등한시 하는 모양새다.

왠지 중요한 가치가 뒤바뀐 것 같다. 당장 눈에 보이는 현재에만 급급해 언제라도 불어 닥칠 지 모를 미래의 재앙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AI 조류인플루엔자는 국내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는 무서운 전염병인데, 이번에 발생한 H5N6 형 AI조류인플루엔자는 중국에서 그동안 16명이 감염돼 10번째 사망자가 나온 조류와 사람이 함께 발병하는 쌍방 통행의 ‘인수공동전염병’이다.

지난 11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그렇지 않아도 김영란법으로 가축과 관련된 축산물 판매량이 급감해 가금류 관련 업계가 충격을 받고 있다”며 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타격을 걱정하고 있다고 발표해 조류인플루엔자의 인수공동전염병 발표에 은근히 압력을 주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편 천안에서 처음 발견된 AI 조류인플루엔자는 50일도 안 돼 전국 111개 농가가 AI 조류확진 판정을 받아 닭, 오리 362만 7000마리가 살 처분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에서 사망자가 나온 H5N6 형 AI 조류인플루엔자와 국내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는 똑같은 종류이지만, 감염 야생조류가 중국으로부터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 번식지를 거쳐서 국내로 진입하면서 다소 변형돼 아직까지는 인체에 감염이 안 된다고 발표했다.

▶국내서 발견된 야생조류 인플루엔자는 H5 유전자가 98.94-99.24%이고 N6 유전자는 99.06-99.13%로서 중국에서 인체에 감염시킨 조류인플루엔자 100%에서 0.76-1.06%의 유전자가 모자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설명하면 시베리아에서 변종되어서 국내에 진입됐다면 국내에서 또다시 100%로 변종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어 더욱 불안한 상태라는 것이 의학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국립보건원이 2007년부터 8년 동안 82억 원을 들여 묵암생명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에 성공한 H5N₁ 백신은 이번 변종된 H5N6에는 맞지 않아 이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제 백신도 없고 종의 벽을 뛰어넘어 조류인플루엔자가 인체에 감염되는 마당에 ‘시급히 국민에 알리고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자연재앙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 10월3일 현재까지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캐나다 등 4개 지역에서 인체에 감염된 H7N9 형 변종 AI 조류 인플루엔자로 확진 받은 케이스가 무려 800명인 상태에서 40%인 320명이 사망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아미노산을 바꾸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한 변종을 만들어 내고 있어 이 과정을 항원소변이(Antigenic Drift)로 불리는데 조류와 인체가 서로 숙주로 삼고 인플루엔자와 유전자를 교환한다는 뜻이다.

▶ 조류 인플루엔자는 이미 종의 장벽이 무너지고 혁명적인 항원대변이(Antigenic Shift)가 일어나고 있는 단계로 보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대유행질환(Pandemic)으로 적어도 1억여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가능성을 내놓았다.

‘끊임없이 새롭게 출현하는 질병’ 즉, 대 유행병을 알리는 불길한 징조에 정부는 아무 대비도 없이 ‘열이 38도 이상 발열증상과 함께 기침, 인후통, 객담을 유발하는 감기 증상 등 호흡기 증상과 근육통, 두통, 전신 피로감 증상이 오면 즉시 AI 조류인플루엔자로 의심해 지자체 보건소에 신고하라’는 당부가 현재 유일한 정부정책이다.

인체에 감염되면 아만타딘(Amantadine)과 타미플루(Tamiflu) 등 라스제 사용이 전부이고, 치료법이 없는 마당에 확실한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시급히 “이번 AI 조류인플루엔자가 인수공동전염병”이라는 것을 전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알아야 재앙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 인체 감염 예방책을 하루 빨리 만들어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재앙에 대비해야 할 때이다.

천안=김완주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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