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룡 아이신나라 대표

어린이집 부모교육에 참가 중이다. 필자의 나이 60대 중반이지만 젊은 주부들과 함께하는 교육이 조금은 부끄럽고 쑥스럽기는 하지만 귀여운 손자를 생각하면 그게 무슨 대수인가. 서울에서 맞벌이 하는 아들을 생각해 우리 부부는 손자를 아기 때부터 24시간 돌보고 있는데 어느덧 다섯 살이 됐다. ‘부모가 1% 바뀌면 아이는 99% 바뀐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눈에 띈다. 인성교육을 위해 오후 6시에 참석을 했는데, 세종시 유치원 배정에서 탈락했다는 카톡 문자가 왔다. 글벗유치원은 대기번호 46번, 새샘유치원은 대기번호 23번, 소담유치원은 2명 모집에 대기번호 20번이란다. 지난 학기에도 새샘유치원 3대 1 배정 경쟁률에서 대기번호 2번이었기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세종시가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활력소가 충만한 도시, 발전 가능성이 많은 도시로 밝은 전망을 보이는 가운데 아이들 교육과 관련해 실망이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젊은 사람이 많으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 아이들 교육 문제가 아니던가. 대전에서 유치원에 다니던 손자는 이곳으로 이사를 온 뒤 다시 어린이집으로 다니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에 또 어린이집에 다닐 손자를 생각하니 기가 막히다. 아들이 보낸 카톡에 “아~ 그 참~ 할 말이 없네”라고 답장을 보냈지만, 아이 어미 아비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지난 학기 추첨에서 아이가 배정되지 않은 것이 ‘네 탓’이라며 싸우던 젊은 부부의 모습이 짠하다. ‘에이! 이러고도 아이를 낳으라고 할 수 있을까?’

‘처음학교로’ 시스템(교육부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에 가입을 했다. 가입을 하면 귀여운 손자가 유치원 배정을 받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나 해서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유아 선발을 위한 원서 접수·등록을 인터넷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서울·세종시교육청과 충북도교육청이 시범 운영한다. 아무리 편리한 시스템으로 학부모에게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면 무엇 하겠는가. 수요에 비해 턱도 없이 모자라는 게 현실인데, 시급한 것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유치원생 수용을 위한 시설이다.

지난해 세종시 유치원 원아모집 과정에서 3283명이 신청해 1780명이 취원하고, 1503명이 탈락된 데 대해 이춘희 세종시장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는 세종시 인구가 갑작스럽게 증가하면서 발생한 일로 시교육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함께 긴밀하게 협력해 이를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다짐했고,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관계기관(시청·행복청·한국토지주택공사·교육부)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 시민들이 바라는 공립단설유치원이 유아교육의 중심이 되는 세종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행복도시가 명품 교육도시로 건설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관계기관이 긴밀한 공조체제를 통해 세종시를 명품 교육도시로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지 1년이 됐는데,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에 대해 올해에는 무엇이라고 할지 자못 궁금하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아이들이 신나는 세상이 행복한 도시이며 명품도시라고 생각한다. 이웃집 친구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도 선발에서 탈락해 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보육시설용지 공급 시 민간어린이집 착공기한을 정해 보육시설이 조기에 건립될 수 있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요를 고려해 보육시설용지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할 방침”이라는 교육 당국자의 말이 허공에서 맴돌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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