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정국과 잇단 관내 AI 발생 등으로 혼란한 상황을 틈다 행정업무에 만전을 기해야 할 아산시 공무원들이 공직기강 해이 조짐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어느 지자체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대다수 공무원들은 점심시간 구내식당 이용을 선호하고 있다.

평소 자주 만나던 지인과의 식사 자리조차도 혹여나 오해를 살까 하는 마음에 차라리 맘 편하고 값싸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구내식당을 이용한다는 것이 대다수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아산시의 구내식당 운영은 ‘부정청탁 금지’란 김영란법의 취지를 지키려는 순수한 직원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근무태만’이란 또 다른 불미스러운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5일 찾은 아산시청 구내식당(사진)은 점심시간 시작시간인 낮 12시 전부터 배식이 이뤄졌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지 않았음에도 식당은 계속해서 식사를 위해 찾는 직원들로 순식간에 가득 메워졌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같은 시각 시청 현관 쪽에는 다급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민원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구내식당 이용 직원들이 늘어나 미리 와서 기다리는 직원들을 배려해 배식시간을 기존 12시에서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가 있다면 시정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김영란법은 당초 취지와는 별개로 아산시청 직원들의 식사시간을 늘려주기 위한 법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시민 A(45·온천동) 씨는 “김영란법이 부정청탁은 막고 대신 공무원들 점심시간은 늘려주기 위한 법이었냐”며 “가뜩이나 어수선한데 공무원들이라도 소신있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할 텐데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본인들을 찾아오는 민원인들이 버젓이 지켜보는 걸 알면서도 이러니 행정업무는 어떻게 처리할지 안 봐도 뻔 한 것 같다”고 힐난했다.

근무태만, 기강해이 등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이같은 지적은 행정일선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교통유발부담금과 관련돼 담당공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B 씨는 속상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민원인들을 응대하는 아산시 공무원의 근무태도에 우려를 표했다.

본인소유의 건물에 주차장을 운영해 교통유발부담금을 할인받고 있는 B 씨는 이날 전화상으로 주차관리 요원이 자리를 비웠다는 공무원의 지적을 받고 개인용무로 자리를 비울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담당공무원은 ‘그럴꺼면 할인을 받지 마라’, ‘근처 유흥업소에 자주가는 데 살펴보면 항상 자리에 없더라’, ‘돈 많으시니 차라리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라’는 등 공무원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B 씨는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전화라도 기본적인 예절이 있고, 더구나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이라면 그런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내 실수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큰 돈을 지원해주는것도 아니면서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며 조롱하는 듯한 해당 공무원의 말을 들었을 땐 너무 화가나 시청에 찾아가 항의하려 했지만 그러면 똑같은 사람이 될것 같아 참았다. 평생 세금납부는 한 번도 밀린적 없는 나한테도 이러니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 교통유발부담금조차 체납한 시민들한테는 어떻게 대하려나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아산=이진학 기자 ljh1119@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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