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현 대전시의원

대전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는 2020년 7월 실효가 되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중 집행이 어려운 시설을 해제하거나 정비하기로 한 가운데, 최근 월평근린공원·매봉근린공원 등 5곳 약 250만㎡에 대해 민간특례사업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5곳 전체 면적 660여 만㎡의 38%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공원시설은 197만㎡, 비공원시설은 52만 7000㎡로 조성할 계획이다. 근데 이 비공원시설 대부분은 아파트 등 공동주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어서 대규모 녹지공원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 2009년 정부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민간자본으로 공원 조성사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체 공원면적의 20% 이내를 비공원시설로 개발할 수 있도록 했으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참여업체가 없자 이를 30%까지 확대하면서 사업자가 나타난 것인데, 이로 인해 공원 면적의 30%까지 훼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미 월평공원과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매봉공원 등 2곳은 민간의 제안서를 수용했고, 나머지 3곳도 제안서를 제출받았거나 우선제안자를 통보한 상태로, 대전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월평공원의 경우 3000여 세대의 공동주택을 건설할 계획이어서 대규모 녹지 훼손이 불가피하다.

대전시는 이들 공원의 대부분이 사유지이므로 방치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계획적인 공원 조성을 위해서라도 민간 위탁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충분히 일리 있는 이유이고 도시의 공원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사유지라고 해서 모든 부지가 개발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월평공원의 경우 서측면에는 갑천을 끼고 있고 지형이 가파르므로 개발이 어렵다. 따라서 전체 공원 면적의 30% 개발 대부분은 동측면에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월평공원의 동측면은 절반 이상 훼손이 우려된다. 이러한 이유로 월평공원의 개발은 갈마지구와 정림지구에 집중돼 있다.

또 이 사업은 민간우선사업자로 지정된 업체가 제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전에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시가 주도하는 공원사업으로 단시간에 상당한 규모가 훼손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시민사회와 함께 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월평공원 서측의 갑천친수구역 개발로 5240세대 공동주택이 들어설 계획이며, 이번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조성 일환으로 월평공원 동측에도 이러한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그 동안 도심의 허파역할을 했던 월평공원의 기능은 상당히 약화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역의 도시 균형발전 취지에 부합한지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원도심 인구가 서구·유성구로의 이동이 늘어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월평공원 주변에 8000여 세대가 넘는 주거단지가 추가로 조성되면 원도심의 인구 이동을 가속화시켜 도시 균형이 더욱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도 인구정책에서 실패하면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같은 내용을 올해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했고, 집행부에서도 일부 공감한 바 있다. 예상되는 여러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전시가 개발이 예정돼 있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내의 사유지 매입도 검토해 볼 만하므로, 국비 확보와 재정 투입으로 매수청구제 등을 이용해 우선 매입하는 방안도 있으니 종합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예산이 부족하면 보전가치가 뛰어난 월평공원이라도 사유지 매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시는 한 측면에서만 정책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특히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대전의 경우 미래의 도시 경쟁력은 대규모 개발이 아닌 살기 좋은 환경을 바탕으로 한 도시 재생적 차원에서 나타날 수 있다. 월평공원과 매봉공원 등 5곳의 민간특례개발 도시공원조성은 그래서 종합적인 관점에서 미래의 대전에 적합한지 여부를 시민사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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