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전 한남대 총장

‘명심보감’에는 “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술 먹고 밥 먹는 친구는 천명이 있어도 급한 일 당했을 때 도와줄 친구는 한 명도 없다)는 말이 있다. 신라통일 주역이었던 화랑도 교육오계 중 朋友有信(친구 간에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이란 항목이 들어가 있다. 성경에도 “사람이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느니라.”(요15:13/ Put your life on the line for your friends. This is the very best way to love)

진정한 친구의 사연 하나를 소개해보겠다. 옛날에 두 친구가 있었다. 친구A : 넌 날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어? 친구B : 그럼. 친구A : 그럼 네 여자친구도 나에게 줄 수 있어? 친구B : 알겠어, 너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면…. 그리해서 친구A는 친구B의 여자친구와 결혼을 했다. 그런데 잘나가던 친구B의 사업이 망했다. 그래서 어느 날 친구A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다. 하지만 친구A는 비서를 통해 친구B에게 자리에 없다고 전달했다. 친구B는 몹시 실망하고 다시는 친구A를 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씩씩거리며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길가에 쓰러진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친구B는 그 할아버지를 병원으로 모셔다 드리고 치료를 받게 하였다. 그 할아버지는 너무너무 고맙다며 자기 재산의 절반을 친구B에게 주었다. 친구B는 그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또 다시 잘나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할머니가 문을 두드리며 먹을 것을 구걸하였다. 친구B는 보기가 딱해서 그 할머님께 자기 집 가정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모자(母子)처럼 지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할머니가 좋은 아가씨가 있다며 소개해주겠다고 하였다. 친구B는 차마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그 아가씨를 만났다. 서로 한눈에 반했고 곧 결혼을 약속하였다.

결혼식에는 친구A만 빼고 주변 사람들을 모두 초청하였다. 하지만 결국은 옛날 우정이 마음에 걸려 마지막에 친구A도 초대하기로 했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친구B가 마이크를 잡더니 “저에게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전 그 친구를 위해 제 여자친구까지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제가 사업에 실패했을 때 저를 나몰라라 했습니다. 정말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친구를 오늘 저의 결혼식에 초대하였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가만히 앉아있던 친구A가 이어 마이크를 잡았다. “저에게도 아주 친한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그 여자친구가 창녀출신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 친구의 명예에 흠집이 갈까 봐 제가 그 친구의 여자친구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러나 잘나가던 그 친구가 사업에 실패하여 취직자리라도 부탁하려 했는지 저를 찾아왔습니다. 저는 소중한 제 친구의 자존심에 결코 상처를 줄 수 없었고 또 저의 부하로 둘 수는 더더욱 없었습니다. 부모님들은 각각 시골에 사셨기에 우리는 서로 부모님 얼굴을 잘 몰랐으므로 저의 아버님을 길가에 쓰러진 척 하시라고 연기를 부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 그 친구가 반드시 구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재산의 반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또 전 제 어머님을 거지로 변장시켜 그 친구네 집에 가서 도우미를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제 친 여동생을 그와 결혼하게 하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신부는 바로 저의 친 여동생입니다.” 그 순간 우렁찬 박수소리가 식장에 울려퍼졌다. 두 친구는 뜨겁게 포옹을 하였다. 아 친구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우리들의 주변을 한 번 조용히 둘러보도록 하자. 나에게 이런 정도의 친구들이 몇 명이나 있는가? 그보다 먼저 나는 내 친구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는가? 이렇게 하고 있는가? 정말로 나의 도움이 필요할 때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게 그 사람 입장에서 도와주고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가?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 종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이해해주던 친구 등 형제보다 더 고마운 친구를 갖고 있는가? 죽음의 자리에서도 너 먼저 살아라. 내가 대신 죽을께 하는 친구를 갖고 있는가 생각해보자. 옛말에 “엄마 팔아 친구 산다.”는 말이 있다.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혈육의 인간관계에서 사회적 인간관계로 발전해야 하는데 이때 좋은 친구, 훌륭한 선후배, 존경할만한 스승과 믿을만한 제자가 있어야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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