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관섭 배재대 비서팀장·전 대전일보 기자

이제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2016년도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자연스럽게 한 해를 되짚어본다. 1년 동안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만남을 가졌다. 오랫동안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만남도 있었고, 그냥 스쳐지나간 만남도 있었다. 만남은 대상도 매우 많고 형식과 방법도 다양하다. 먼저 사람과의 만남이다. 필자도 1년 동안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생활의 터전인 직장상사와 동료들은 매일 같이 만나 업무를 넘어 관심사를 공유하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되어서 외부의 여러 사람도 만났다. 예전부터 알았던 사람도 있었고 올해 들어 새롭게 만난 사람도 많다. 자진 만남으로 이어져 관계가 돈독해지기도 했지만, 어쩔 수없이 만나지만 만날수록 오히려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편하고 소중한 것은 학생들과의 만남이었다. 오랫동안 그림으로만 만나다가 직접 작가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감동적이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의 길을 걸은 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아름다운 인생선배와의 값진 만남도 가졌다. 직접 대면을 통한 만남도 있지만 요즘은 SNS를 통해 얼굴 한번 보지 못했음에도 하루에 몇 번씩 대화를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소중히 이어가고 있다.

많은 작품과의 만남도 눈과 마음을 풍요롭게 했다.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과 ‘유영국 절대와 자유’전, 서울시립미술관의 ‘천경자 1주기 추모’전과 가나아트센터의 ‘오윤 30주기 회고’전, 한국국제아트페어와 대전국제아트쇼, 옥션회사들의 경매전시, 젊은 작가들의 개인전 등등에서 만난 작품은 삶의 활력소가 됐다. 그중에서도 품에 들어온 몇몇 작품들은 나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게 됐다. 자연과의 만남도 행복했다. 정월 모처럼 가족과의 나들이에서 만났던 관동팔경은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도보 출근길에서 만난 월평공원과 학교 뒷산의 들풀과 꽃, 연녹색 새싹 잎과 갑천의 물안개는 하루의 힘차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특급 도우미가 됐다. 7월 어느 날 새벽에 아파트 창문 사이로 우연히 눈에 들어온 해돋이의 장관을 담아둔 휴대전화 속 사진은 아직도 생생하게 그날의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지인이 선곡해서 카톡으로 보내주어 만난 선율은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었으며, 불후의 명곡과 듀엣가요제, 판타스틱 듀오, 복면가왕 등 각종 음악 프로그램으로 접한 가수들의 열정 넘치는 노래와의 만남도 좋았다. 하루도 안 빠지고 메일로 받아보는 아름다운 글귀와의 만남도 자못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러한 개인적인 만남은 사소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개인적인 만남이 공적인 만남으로 확대될 수 있는 있겠지만 최소한 사사로운 만남은 당사자외의 타인에게는 별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인으로서 정말 만나지 말았어야 할 만남이 있다.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최태민과 박근혜, 박 대통령과 최순실과의 만남이다. 이들의 만남에 대해 국민들은 “생애 최악의 만남”으로 국민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서 아직 만남 자체를 후회하는 발언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이들의 몰지각성에 대해 국민들은 성숙하고 냉철하게 촛불과의 만남으로 대응하고 있으니 질긴 악연이 끊길 날도 그리 멀지 않았음은 자명하다.

이제 한 해 동안 가졌던 만남에 대해 정리할 시점이다. 남은 기간 동안 소중한 만남은 계속 이어가기 위해, 불편했던 만남은 풀어가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 독일의 문학자 한스 카롯사가 “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이다”이라고 말했듯이 인간은 만남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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