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 원장·공학박사

어느덧 병신년 달력도 덜그렁 한 장 남았다. 연말 민심이나 경제는 최악의 사태임에도 정쟁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가 너무도 급격하고 가파른 언덕을 지나면서 계절마저 잊힌 듯하다.

기업들은 예년 같았으면 올해 실적을 검토하고 평가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마지막 피치를 올릴 때다. 그러면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잡아야 할 시기인데도 대부분의 중소 건설업계는 자본금 맞추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올해의 건설경기지수나 경제 관련 지수들이 발표되는 것을 보면 IMF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다 김영란법 여파까지 가세해 한파는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국내 정치상황을 비롯해 너무 많은 변수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미 상시화된 마당이라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하루가 멀게 나타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0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미국 대선 이후 대외변동성 확대와 국내 정치 상황에 따른 소비·투자심리 위축으로 추가 하방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경기를 이끌어 왔던 건설산업도 불안요소가 가중되고 있다. 당장 내년 사업계획 수립이 급하지만 손도 못 대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내년 사업 포트폴리오, 신사업 전략, 해외 및 주택사업 전략 마련 등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중견 건설사 임원은 “중견사의 사정은 더욱 갑갑하다”고 말했다.

이런데다 주택경기가 그런대로 꺼져가는 경제에 불쏘시개 역할을 해 오고 있었으나 11·3 부동산 대책과 1·24 가계부채대책 발표로 주택시장 마저도 중심을 잃고 미분양 쏟아내기 신규분양 조절로 인한 위축으로 전셋값이 더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주요 사업지의 물량을 대부분 소진했다. 여기에 정부의 가계부채대책에 따른 시장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요 주택업체들은 이미 내년도 사업을 그동안 분양된 사업장의 관리와 입주물량에 대한 대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들은 올 4분기 이후 주요 택지지구를 제외하고는 이미 분양시장에서 철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렇다고 민간개발이나 민간투자사업에 쉽사리 접근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민자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사업별로 리스크는 여전하다. 정부가 수익형 민자사업(BTO)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내년에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 민자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공공 부문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현 정부 인프라사업이 줄줄이 조기퇴출 위기에 있어 정책단절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업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도는 올해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내년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4000억 원을 지역 사업으로 변경해 편성한다 하지만 쪽지예산으로 인해 선량한 지역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길 바란다. 다행히 대전은 내년 국비 2조 6477억 원을 확보해 주요 현안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돼 다소 희망을 가져본다.

정부 정책은 국민이 편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물갈이 반복은 안 된다. 그 어느 것 보다도 SOC 투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이 필요하다. 대전지역만 보더라도 현안사업이 연속성을 갖지 못하다 보니 제대로 순항하지 못하고 부진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현안사업에 대한 로드맵을 관리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현안사업에 대해서만은 일관성 있는, 지속가능한 특단의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이제 남은 한 달, 폭풍과도 같은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실마리를 찾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숱한 난맥상을 끊어내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병신년(丙申年) 남은 기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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