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결국 가결됐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통탄해하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니 안타깝고 답답하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너무나 참담해 분노가 치민다. 경제도 엉망이고 정치는 더 엉망인데 연일 쏟아지는 뉴스는 억장이 무너지는 소식들 뿐이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이다.

아이들 입에서조차 대한민국 국민인 게 부끄럽다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올 정도니 우리 아이들에게 해줄 말이 없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난감하다. 소위 ‘빽’의 위력 앞에 절망할 수밖에 없는 사회는 공부가 다 무슨 소용이라는 냉소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 도구로 이용해 관직을 챙기고, 기업들에게 돈을 뺏고, 국가 예산을 쌈짓돈처럼 주무르고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뿐이니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우리 사회의 부도덕과 끊임없는 탐욕, 기성세대의 무지와 무능, 반복되는 정경유착의 먹이사슬, 사회지도층의 특권의식과 권위주의 또한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보여주고 있는 또 하나의 단면이다.

정치인들의 무능과 무지 또한 오늘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무능한 정부에 추악한 정치인들이 득시글거리니 나라꼴이 잘 될 일이 없다. 보이지 않는 신분사회와 불평등한 사회, 흙수저와 금수저로 대변되는 양극화 사회, 국민의 기본권이 철저히 농락당하는 사회를 만든 장본인들이 정치인들이다.

일그러진 대통령을 만들고, 일그러진 나라를 만든 그들이 반성은커녕 촛불 민심에 기대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급급하니 참으로 가관이다.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에 편승해 기고만장하는 꼴이라니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죄가 있는 곳에 벌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죄를 눈감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의 부끄럽고 슬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분 여하를 막론하고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다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사회 지도층과 정치인들은 남을 비난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반성해볼 일이다. 나라 경제가 벼랑 끝에 몰리고 민심이 이렇게 흔들리는데 대해 일말의 책임의식을 통감해야 한다.

성경에 간음한 여자를 율법에 따라 돌로 치려 하자 예수님이 말씀하시길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하니 다 양심에 가책을 느껴 사람들이 하나둘씩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부끄러운 국정농단사태는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후진적인 정치가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는 측면에서 반성 없이 무조건 돌을 던지는 것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호들갑을 떨며 국민의 생각을 흐리게 만들어서도 곤란하다. 촛불을 든 국민들의 민심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기성세대의 무능, 정치인들의 무능, 정부의 무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촛불 민심이다.

더 늦기 전에 개인적인 정치 욕심을 앞세우기보다 국민과 함께 이 나라를 어떻게 위기에서 구해낼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민들 또한 차분하게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또 올바른 주권을 행사했는지 말이다. 제대로 된 정치 지도자들을 가려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고민해볼 일이다.

역사는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오늘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제 청산이 그랬고, 군부독재에 대한 처리가 그랬다.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진정 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 참담한 사태가 왜 일어났는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왜 촛불을 들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