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 대전과학기술대 광고홍보디자인과 교수/前 대전MBC 보도국장/뉴스앵커

‘역에서 3분’,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업체에서 흔히 내거는 광고 카피다. 실제 가보면 혀를 찬다. 오직 내 차만 다니고 시속 100킬로 속도로 주행하면서 신호등이 전혀 없어도 불가능한 위치다. TV 홈쇼핑의 ‘사상 처음 판매& 마지막 방송’, 성형외과의 ‘턱뼈 깎고 다음날 출근’, ‘1억투자로 월 150만 원 수익’을 올린다는 임대 업체 광고까지 나오더니 이것이 안 먹히는지 ‘눈물의 땡처리’ 라는 감성 호소 광고카피까지 등장한 세태이다. 허풍, 과대광고 즉 뻥튀기다. 시골 장터에서 “뻥”소리를 내며 구수한 내음을 풍기는 옛 향수, “뻥” 소리와는 다르다.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촛불집회가 지난 주말에도 열렸다. 그런데 똑같은 장소에서 개최되는 집회를 놓고 주최 측과 경찰의 눈이 하늘과 땅 차이다. 지난 주말의 경우 주최 측은 60만 명, 경찰 측은 12만 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이 100만 명이라고 할 때 경찰은 26만 명! 너무 차이가 크다. 며칠 전 TV 뉴스 화면에 200여 명이 참석했다는 일반 행사 뉴스 내레이션이 화면과 함께 송출되었다. 그런데 화면에는 텅 빈 좌석이 대부분이었다. 알고 보니 이 강당은 만석이 188석 이란다. "뻥 튀겼다"라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집회는 참가 숫자를 놓고 서로 '뻥'이라고 한다. 7차에 걸친 촛불집회 참가 숫자는 누구 조사가 더 정확할까? 정확히 말하면 다 틀렸다. 일일이 다 세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주최 측이나 경찰은 '페르미 추정법'을 사용한다. 이탈리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가 고안한 것으로 경찰이 쓰는 방식은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허버트 제이콥스(Herbert Jacobs) 교수가 페르미 측정법을 발전시켜 만든 '현대적 군중 인원수 측정기술'이다. 특정시점의 참여인원을 계산해 대략적인 윤곽을 추정한다는 것이다. 3.3제곱미터에 "앉으면 6명, 서면 9명"이라는 식으로 면적 대비 인원 수를 계산한다. 특정범위를 선정해 대략 숫자를 세고 최대 숫자를 추산, 총계를 내는 식이다. 해수욕장 관광객 수, 산에 서식하는 새의 숫자 등도 마찬가지다. 주최 측은 주요 지점별로 담당자가 인원수를 육안으로 확인 후 과거 집회 경험과 타 지역에서 온다고 알린 인원을 고려해 총 참가 인원 수를 집계하기도 한다. 행사 시작부터 끝 날때 까지 연 인원을 발표하는 것이다.

둔산 타임월드백화점 앞에서도 '대전시민 10만 궐기대회'가 열렸었다. 인근 도로를 다 통제했어도 그 면적에 10만 명이 있다는 얘기는 누가 봐도 '뻥' 이다. 그러나 대전에서 열린 집회로는 정말 많다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페르미측정법은 일정한 땅 위에 모든 사람의 간격이 딱 들어맞는다는 것을 전제로 특정 지역만 염두에 두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름철 폭염에는 사람들이 밀착을 꺼려 동일 면적이라도 적을 수 있고 반대로 추울 때는 더 많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집회장소룰 거쳐 다른 곳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수치에 계산된다. 중복 집계는 물론이고 붐비는 주말에 다른 일로 지하철과 버스를 오르내리는 사람들까지 체크하다 보면 '뻥튀기'일 수도 있다. 오죽했으면 뉴스나 신문기사 보도시 주최 측 추산과 경찰 추산을 함께 보도할까? 스포츠경기도 예외는 아니다. 유료 관중 수가 100명도 되지 않는데도 공짜표 남발과 할인티켓 연간회원권, 그리고 후반전 때 출입구를 개방하거나 구단에서 발권한 티켓을 직원이 집계기에 바코드를 인식시켜 실제 관중이 입장한 것처럼 꾸며 ‘뻥튀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여론조사’와 ‘TV 시청률 조사결과’가 신뢰를 받는 것처럼 각종 집회의 정확한 참가 숫자도 양쪽이 다 수긍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10만 명! 수백만 명! 이 숫자에 ‘뻥’이 가미될 수 있지만 “민심과 관심을 알 수 있는 척도”라는 것은 절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좋은 뻥튀기’는 입가에 살포시 미소도 머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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