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객들의 눈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속에 숨겨진 정권 야욕만 보이고, 민생에 허덕이는 국민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전국에서 닭과 오리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수십 마리가 살 처분되고 축산농민들의 마음은 촛물 녹듯 오르라들기만 한다.

그러나 어느 정치인 한 사람도 AI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해서 걱정하는 모습이 없다.

이번 2016년의 조류독감은 그 virus(H5N6형)가 H4N2형에 가깝게 변종(變種·변이)돼 독성(毒性)이 강화(强化) 됐을 것이라는 추정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어 소름이 돋는다.

감기 바이러스가 수백 종에 달하는 것처럼 AI 역시 유형이 많다.

이 바이러스는 혈청 유형에 따라 H형 16종과 N형 9종으로 구분되는데, 이론상 16종과 9종을 곱하면 144개 유형(類型)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 변종까지 출현했다니 닥쳐올지도 모르는 재앙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질병관리본부는 정보기관원이 움직이듯이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는 곳곳마다 소리 없이 곧바로 나타나 예방법을 홍보하느라고 진땀을 흘리고 있다.

AI 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수의직 공무원의 역할이 필수적인 데도 현재 전국 228개 지자체 중 수의직 공무원은 불과 271명으로 25개 지자체는 아예 수의직 공무원이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AI 인체감염 ‘의심환자’는 10일 이내 X레이 상 급성폐렴증상을 비롯해 저산소증, 심한 빈맥 현상, 호흡 부진 증상이 나타난다며 ‘다중종합 효소 연쇄반응검사(PCR)’ 항체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확진 환자’로 분류하고 있다.

아직 인체 감염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 부분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김영란법 실시 이후 경제 침체와 인수공동전염병이라는 무서운 현실 때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린 질병관리본부는 예방대책을 소리 없이 수행하려니 얼마나 힘이 들까?

대통령 탄핵에 매달려 ‘민심의 촛불’이 전국을 밝히고 있는 동안 국내 닭과 오리는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돼버렸다.

H5N8에서 H5N6으로 변형돼 다시 찾아온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수십만 마리씩 나자빠져 땅속으로 파묻히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천안에서 첫 의심신고 후 50여 일 밖에 안 되는데 벌써 1000만 마리에 가까운 닭과 오리를 살 처분되고 있다. 방역을 강화하고 가금류의 이동을 금지했으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최고의 AI 해결사인 봄바람은 아직도 저 멀리에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어쩌면 닭이라는 동물이 아예 몰살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사람이 전염되는 재앙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정치인들은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병원 조류독감(AI) 확산에 따른 농가피해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농림부는 영남권 43개 시·군 AI 비 발생 지역의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전국 일제소독의 날’(매주 수요일)에 맞춰 전국 157개 시·군 방역실태를 살펴보는 했다고 11일 밝혔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당국의 방역에도 AI가 인간에 전염되면 발병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재앙이 지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객들 눈에는 AI 조류 인플루엔자가 안 보이니 안타깝기만 하다.

언제쯤 그들의 눈에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조류 독감 피해상황이 보일까?

마냥 기다리다 실기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천안=김완주대 기자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