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의회 때문에 못해 먹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일부 공직자들의 입에서 “일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와 함께 “일을 벌이지 않으면 욕먹을 일도 없고 속 썩을 일도 없으니 차라리 속 편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들이 시의회의 까탈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푸념 아닌 푸념이 나올 수밖에. 대규모 호텔 건립, 문화재단 설립, 군밤축제 예산 등 지역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여러 사안들이 의회의 장벽 앞에 맥없이 주저앉아 있는 형국이다.

공주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의회 문턱에 가로막혀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동냥을 못 줄망정 쪽박을 깨지는 말아달라는 부탁까지 나온다.

필자는 일하는 공직사회를 만들 것을 촉구하며 공무원들의 경우 꼭 필요한 공무원 있는가 하면, 있으나 마나한 공무원이 있고, 있어서는 안 될 공무원이 있다고 구분했었다. 의회 때문에 일할 맛이 안 난다는 볼멘소리가 핑계일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공무원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면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공무원들의 하소연이 안타까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공주시민에게 알맞은 시정을 집행부가 펼칠 수 있도록 감시와 견제 기능에 충실할 것이 의회의 존재 이유다. 공주발전을 위하는 일, 시민이 원하는 일이라면 정당 구분 없이 한 목소리를 내 집행부에 힘을 실어 주는 것도 의회의 기능이다.

나라 경제가 어렵고 지역경제가 어려운 때인 만큼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필요도 있다. 불요불급한 예산과 선심성 예산은 과감히 도려내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일자리 창출과 기업유치,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예산은 늘려 주민복리 증진과 지역발전을 꾀하는 것 또한 의회의 몫이다.

세밑을 앞두고 의회가 이런저런 순기능을 다하고 있는지는 되돌아볼 일이다. 물론 일방적으로 집행부의 편을 들어주는 것도 문제지만,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춰져서도 곤란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고집하는 정당의 이미지도 쇄신돼야 한다.

최근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정당 간, 의원 간 심각한 갈등의 불똥이 집행부로 튄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든다. 의회의 내부 갈등이 밖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려울수록 예산을 깎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예산을 아끼는 것만큼이나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장차 미래 먹거리를 위한 일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집행부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사업이 경제성을 따지기 힘든 사업들이다. 공주시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 복지예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성 논리를 갔다 붙이기 힘든 마당이다. 정치가 서민들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일이라면 퍼주기 예산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 모든 사업을 경제성 논리로 따따부따하는 것은 그래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스쳐가는 관광도시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주는 또 예향의 도시이자, 문화관광의 도시다. 정치를 하는 그들이 더 잘 아는 내용으로, 관광을 살리고 문화예술을 꽃피우겠다는데 경제척도만을 고집하는 것은 마뜩찮다.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리조트 사업을 풀기 위해 우리의 대표 선수들이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일이다. 버선발로 달려가 환대해주기만 바라고, 목에 힘주고 대접 받기만 바라지 솔직히 업체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말이다.

문화예술을 꽃피워 인근 대도시 주민들을 공주로 불러 모으는 일 또한 중요한 일이다. 문화예술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

관광과 문화예술은 경제적인 잣대로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는 얼마나 생산적이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새해에는 공주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의회가 앞장서 지역현안 해결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모습,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다면 시정을 발목잡기보다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는 모습, 이해관계에 얽매이기보다 시 전체의 발전을 위한 모습을 봤으면 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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