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조 대전시 이츠대전 편집위원/前 대전매일 기자

사랑에 관한 많은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영화가 많지만 그중의 하나가 2001년 개봉작 ‘봄날은 간다’다. 여자 주인공 이영애와 남자 주인공 유지태가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수채화 그리듯 그린 이 영화가 주는 인상은 깊었다. 아름다운 풍광과 배경음악도 그렇거니와 남녀가 만나고 헤어질 때의 감정을 과장 없이 잔잔하게 그려서 더욱 현실감을 느끼게 한 영화였다. 이 영화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는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대사다.

연말 1년 중 가장 많은 모임이 있는 시간이다. 요즘 연말 모임에서 가장 활발하게 오가는 대화의 소재는 단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것들이다. 물론 그중에 박근혜 대통령 이야기는 단연 소재의 중심에 있다. 모임에 모인 이들은 대통령의 외모에서 시작해 내면으로 끝을 맺는다. 대개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정신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 같다로 결론짓는다.

언제 이렇게 국민들이 대통령의 정신구조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이래저래 관심을 많이 받는 대통령임은 분명하다. 나 자신도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할 때 박 대통령을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사랑은 어떻게 변하니?'라는 대사였다. 박 대통령에게 있어 그 사랑의 상대는 국민이다. 1998년 정치에 입문한 이후 국민의 지지와 사랑으로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랐다. 취임 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전통시장을 찾아 국민들의 사랑을 확인했던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 10월 19일 이미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언론은 연일 최순실의 국정농단의 정황을 속속 보도하던 그 시점에도 대통령은 구미시의 새마을 중앙시장을 찾았다. 그날도 시장상인들은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해줬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10월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강한 어조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불법이 있으면 누구라도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 얻은 자신감의 발로로 비쳤다.

결국 박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국민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100명 중 95명의 국민이 그만 내려오라고 외쳐대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이유는 사랑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오해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우리 자신도 놀라지만 순식간에 광장의 촛불행렬이 230만이 된 사실이 대통령 자신도 믿기지 않을 것 같다. 시민들의 자발적 행위이기보다는 어느 세력인가의 조직적인 움직임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국민들은 순식간에 마음을 바꾼 것은 아닐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가지 행보를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그 의심이 사실이 됐다고 여겼고 자발적으로 모여 민심을 전한 것이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묻고 싶겠지만 세상 만물이 다 변하는 마당에 사랑이라고 변하지 않을 리가 없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