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성 유성선병원 부원장 겸 뇌졸중센터장 칼럼

다가오는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띠의 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닭과 새해는 오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닭은 인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언제부터 닭은 우리와 친숙한 동물이 되었을까? 닭은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열 번째 동물로 우리나라의 고대기록인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서기 65년 탈해왕 시절 시림(始林)의 수풀 속에서 금빛의 작은 함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고 흰 닭이 그 밑에서 울고 있다고 해 탈해왕이 직접 가서 함을 열어보니 남자 아이가 나왔다고 한다.

이때부터 시림(始林)을 계림(鷄林)이라 하고 아이는 금함에서 나왔으므로 성을 김 씨라 했다. 이 아이가 바로 신라 김 씨 왕의 시조인 ‘김알지’다. 여기에서 닭은 왕의 등극을 알리고 새로운 세상을 알리는 상서로운 동물로 묘사된다. 우리나라 전통혼례에서도 붉은 보자기에 싸여진 수탉과 푸른 보자기에 싸여진 암탉이 혼례상 위나 아래에 놓이게 되는데, 그 의미는 닭과 아침에 관련된 상징에 있다. 수탉의 울음소리는 어두운 밤과 악귀를 쫓아내며, 하루를 시작하고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의미하며, 알을 많이 낳는 암탉은 신부도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희망의 메시지인 셈이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닭은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닭의 울음소리가 여명을 알리기 때문에 암흑의 밤을 쫓아내고 광명의 태양을 불러내는 신비한 새라고 생각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닭은 신성한 새라 생각해 여러 신들에게 제물로 바쳐졌다. 또한 페르시아에서도 아침을 알리는 새로서 빛의 상징이 되고, 닭의 울음소리가 어둠의 악령을 쫓아낸다고 생각했다.

그럼 왜 닭은 항상 새벽에 울까? 어떻게 닭이 동트는 시간을 알까? 기본적으로 닭은 늦은 오후가 되면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 시력이 낮아 특히 밤이 되면 거의 움직임이 없다. 따라서 닭은 빛에 민감하다. 우리 뇌 속에는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송과체(松果體)라는 것이 있다. 멜라토닌은 우리의 일주기를 관장하는 호르몬으로 수면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닭은 이 송과체가 피부를 통과해 들어오는 빛을 직접 감지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민감한 일주기를 갖는 것이다. 빛에 바로 반응하는 송과체가 닭을 살아있는 자명종으로 만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둠과 혼돈을 없애줄 닭과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이육사의 ‘광야(曠野)’는 이렇게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 시절 암울한 조국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엄연한 우리나라의 위기이며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이다. 이육사는 절망적인 일제 강점기 때도 우리 민족의 구원을 희망하며,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며 ‘광야’라는 시를 끝맺는다. 지금 모든 국민은 그런 초인(超人)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다가오는 2017년 새해 첫날에는 수탉의 울음소리와 함께 우리나라의 어둠이 물러나고, 새롭고 올바른 나라가 되기를 기대하며, 민족의 고난과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아갈 초인(超人)이 나타나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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