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가구 중 절반 이상이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가구 5곳 중 1곳은 노후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또 노인의 절반 가량은 '빈곤층'으로 파악됐다. 부채는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빚은 6.4% 늘었는데 소득은 2.4% 증가에 그쳐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가계의 소득 증가가 둔화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작년 한해 조사대상 2만 가구의 평균 가구소득은 4천883만원으로 2014년(4천770만원)보다 113만원(2.4%) 늘었다.

소득에서 세금 등 비소비성 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4천22만원으로 2014년에 비해 95만원(2.4%) 증가했다. 가구소득 가운데 근로소득은 3천199만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지만, 사업소득은 1천122만원으로 1.7% 줄었다. 가구주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상용근로자 가구가 6천341만원으로 가장 많고 자영업자 가구는 5천611만원, 임시·일용근로자 가구는 2천902만원으로 집계됐다. 가구주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4.9%로 가장 높았다.

가계의 평균 소득 증가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12년에는 5.8%를 기록했지만 2013년 4.0% 떨어졌고 2014년부터 2년 연속 2.4%로 집계됐다. 특히 가계 소득 증가율이 부채 증가율보다 훨씬 낮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올해 3월 말 현재 가구당 평균 부채는 6천655만원으로 1년 사이 6.4% 증가했다. 소득 증가율보다 부채 증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가계부채 대책으로 소득 증가에 공을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 자영업자 빈곤율 상승…19.3%는 노후준비 전혀 안돼

빈곤층의 소득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빈곤율은 처분가능소득 기준 16.0%로 집계됐다.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중위소득의 50% 기준) 기준 빈곤선은 연간 1천188만원이다.

특히 노인층 상황이 심각하다.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46.9%이고 은퇴연령층(66세 이상)은 48.1%나 된다. 노인층 빈곤율이 2014년보다 0.1%p 낮아졌지만, 여전히 노인 2명 중 1명은 빈곤에 허덕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후에 대한 불안감과 직결된다.

지난 3월 말 현재 조사가구 중 은퇴 가구의 비율은 16.3%로 작년(15.1%)보다 1.2%p 높아졌다. 또 예상 은퇴 연령은 66.9세로 1년 전보다 0.7세 올라갔다. 그러나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를 대상으로 노후준비 상황을 조사한 결과, '아주 잘돼 있다'(1.3%)와 '잘 돼 있다'(7.5%) 등 긍정적 답변은 8.8%에 그쳤다.

반면 '잘 돼 있지 않다'(37.3%)와 '전혀 돼 있지 않다'(19.3%) 등 부정적 응답은 56.6%로 절반을 넘었다.부정적 응답이 작년(55.4%)보다 1.2% 포인트 올라갔다. 노후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응답은 작년 조사 때 17.4%보다 1.9%p나 상승했다.

빈곤율을 종사상 지위별로 살펴보면 자영업자의 상황이 악화됐다. 지난해 자영업자 가구의 빈곤율은 12.9%로 2014년(12.3%)보다 0.6%p 높아졌다. 반면 상용근로자(4.4%→4.1%)와 임시·일용근로자(24.7%→21.8%)는 빈곤율이 소폭으로 떨어졌다.

◇ 가구당 평균 자산 3억6천만원…부동산 자산 5.8%↑

가계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말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6천187만원으로 작년(3억4천685만원)보다 4.3% 늘었다. 금융자산은 9천400만원으로 1.2% 늘었고 실물자산은 2억6천788만원으로 5.5% 증가했다.

특히 실물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이 2억5천29만원으로 5.8% 많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저금리 장기화 등에 따른 부동산 경기의 호조에 영향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쏠림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앞으로 문제가 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 등 외부충격이 발생하면 부채가 많은 가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 자산에서 상위층 비중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가 보유한 자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4.7%로 작년보다 0.2%p 올랐고 4분위 가구의 점유율도 0.2%p 오른 22.1%로 집계됐다.

그러나 소득 1분위(하위 20%)의 점유율은 6.7%로 작년보다 0.2%p 낮아졌다. 순자산(자산-부채)이 10억원 이상인 가구는 전체의 4.5%로 작년보다 0.3%p 높아졌다. 다만,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지니계수는 0.341로 전년보다 0.04p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니계수는 불평등 정도를 수치화한 지표로 0(완전평등)과 1(완전불평등) 사이의 값을 나타낸다.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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