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함께 살아갈 권리①

올해도 어김없이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 우리는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타살로 사라져간 넋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노숙인도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되어 살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외치며 다시는 사회적 타살이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다짐했건만 1년이 지난 지금, 무엇 하나 바뀐 것 없이 그저 지난해 외쳤던 우리의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다시 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숙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인파 속에서도 홀로 고립돼 살아갈 수밖에 없고, 게으르다. 무책임하다. 범죄자다. 알코올 중독자다. 일하기 싫어한다는 주홍글씨처럼 낙인찍혀 살아가야 하고, 이 사회의 잉여인간으로 그림자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다 거리에서, 쪽방에서, 고시원에서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 없이 홀로 생을 마감하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사회 노숙인의 모습입니다. 정말 노숙인은 우리 사회에서 불필요하기만 한 존재인가요? 현재 있는 노숙인만 사라진다면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노숙인이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는 것인가요? 노숙인은 인간다운 생활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요? 무차별적 낙인과 존재자체를 드러내지 못하고 그림자로 살아가야만 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노숙인도 소중한 인권을 가진 존재입니다. 한때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누구의 아버지로, 누구의 남편으로, 사랑스러운 누구의 자녀로 살았었지요. 또한 엄연한 직업이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머지 않은 미래에 꿈에 그리던 내 집도 장만하고, 휴일에는 가족들과 나들이도 가고, 유행가 노랫말처럼 저 푸른 언덕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지금은 그런 꿈이 있었는지조차 희미해져 이사람 저사람 눈치를 보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노숙인도 헌법에 보장된 인간다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절대 범죄자가 아닙니다. 무책임하고, 게으르고, 일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단지 가난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노숙인도 우리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급여를 상향조정해야 합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이하 국기법)의 선정기준인 최저생계비는 국기법 제2조 6항에 ‘최저생계비란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정의와 달리 이 최저생계비의 수준이 너무 낮아 비현실적입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시행된 국기법 개정안에 의하면 상대빈곤선을 도입해 중위소득(모든 국민을 소득이 가장 낮은 사람부터 가장 높은 사람까지 차례대로 줄을 세워 놓았을 때, 정확히 중앙에 서 있는 사람의 소득)을 기준으로 급여별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기준중위소득의 선정과 각 급여의 기준선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정하는데, 올해 적용된 기준중위소득은 1인 가구 162만 4831원, 2인 가구 276만 6603원, 3인 가구 357만 9019원, 4인 가구 439만 1434원이고 급여별 선정기준은 생계급여 기준중위소득의 29%,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3%, 교육급여는 50%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최저생계비 수준은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위소득의 N%라는 기준이 모두 기존 최저생계비 수준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따져보면 생계급여는 지난 2009년 최저생계비인 49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의료급여기준선인 중위소득 40%도 기존 최저생계비 기준선에 불과합니다. 교육급여의 도입으로 차상위계층이 최저생계비의 120%에서 기준 중위소득의 50%로 갈음됐는데, 용어만 바뀌었을 뿐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또한 국기법의 가장 큰 사각지대는 부양의무자기준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기준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117만 명이라고 합니다. 지난 2010년 이후 수급자 수가 계속해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사각지대는 더 커졌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비록 국기법의 부양의무자의 범위와 소득·재산기준은 계속해서 완화돼 왔지만 2001년 인구 대비 3.2% 수준이었던 수급자 수는 지난 2006년 3.2%, 2012년 2.7%, 2015년 2.6%까지 떨어졌고, 노인빈곤율은 5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양의무제도 폐지와 급여수준을 현실에 맞게 대폭 상향해야 합니다. 샬롬.(다음 주에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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