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대한민국의 역사에 길이 기억될 2016년이 이제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들은 4·13총선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질서를 바꾼 데 이어, 11월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만들었다. 비단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정치적 의미를 넘어 국민이 주권자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해 국정농단과 헌법유린이라는 정치적·헌법적 위기를 맞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과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2016년 병신년은 가히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1년이 될 것이다.

#.드디어 깨어있는 시민이 등장하다

스마트폰과 촛불을 들고 해학과 위트, 문화와 예술을 결합해 전국의 광장을 축제의 마당으로 만들어 나갔다. 일찍이 볼 수 없던 모습으로 해외의 많은 언론과 세계시민들의 극찬을 받았다. 촛불을 들고 비폭력적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장면은 전율스럽기조차 하다.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행동을 통일하고 국민의 요구를 집약해 나가는 깨어 있는 시민의 등장을 알렸다.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 중동의 재스민혁명, 월가 점령시위에 이르기까지 현대민주주의의 기념비적 사건들이 많이 있지만, 이번 우리의 촛불집회는 형태·규모·방식 등 모든 부분에 있어 세계시민의 표준적 행동양식을 만들었다고 하겠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제2의 건국

4·19를 경험한 할아버지·할머니 세대, 87년 6월 항쟁의 주역인 부모세대와 나란히 선 아이들 3대가 같이 참여해 한목소리를 내는 세대통합, 서울에서 제주까지 충청에서 영·호남까지 특정지역을 뛰어넘는 지역통합, 경영자·노동자·공무원·학생까지 각계각층이 참여한 계층통합으로 가히 거족적인 국민통합을 이뤘다. 이는 마치 일제에게 국권을 빼앗겼지만, 이에 저항해 일어난 거족적 3·1만세운동에 버금가는 역사적 족적이다. 3·1만세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을 건립했다면, 100년 뒤 우리는 촛불 시민혁명을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고 있다. 깨어있는 시민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과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제2의 건국이라 할 만하다.

#.국민 에너지로 대한민국 대개혁에 착수해야

특권과 반칙의 배격,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민주주의의 원리가 형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열망을 확인했다. 국민들의 정치적 구호는 ‘대통령의 탄핵, 퇴진’에 맞춰졌지만 그 요구는 광범위하다.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개혁, 검찰개혁, 재벌개혁, 언론개혁 등 핵심개혁에도 속도를 내달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국회와 정부, 정당에 대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근본적 개혁조치가 미흡할 경우 국민들은 기존 제도적 질서의 해체에 돌입할 수도 있다. 정당과 국회는 국민이 모아준 에너지를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국민 분열을 꾀하는 그 어떤 시도에도 단호하게 맞서야!

하지만, 정치는 분열돼 있고 이 분열이 국민의 분열로 이어질 우려 또한 있다. 87년의 경험이 잘 말해준다. 정치, 정치인의 분열이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분열로 이어졌다. 2016년 국민의 에너지는 보수와 진보 등 이념과 세대·계층·지역을 뛰어넘는 통합적 에너지다. 이 에너지는 특정 정치인과 정치세력에 의해 전유될 수 없다. 국민의 에너지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는 국민을 분열시켜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전진을 가로막는 일이 될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이 ‘감시와 참여의 촛불’을 끝까지 들고 대한민국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해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광장의 촛불은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 광장의 촛불은 정치에 대한 감시와 참여운동으로 더 거세게 타올라야 한다. 그래야 분열적 요인을 막아내고 국민의 통합된 에너지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거듭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지 모른다. 국민의 이 통합된 에너지가 ‘의미있는 전진’ 없이 좌절하고 흩어진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이다. 깨어 있는 시민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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