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저출산·고령화로 특징지어지는 인구구조의 급속한 불균형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로 우리 사회는 역사상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향후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요인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때 현재 각종 법령에서 65세로 돼 있는 노인의 기준을 70세나 75세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2060년 미래 한국을 위한 중장기 적정인구 관리방안’을 통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일할 능력이 있는 고령자의 정년을 연장하고 고령자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75세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노인 인구가 14%에 도달해 고령사회로, 2026년엔 20.8%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노인연령을 정비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것은 일단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고령인구의 증가로 인해 노인복지,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재정불안, 과도한 지하철 무임승차 등의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백가쟁명식 해결 방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사회는 엄청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노인 기준 나이를 언제부터 올릴 것인지, 몇 살부터 노인기준으로 삼을 것인지를 정해야 하는 문제는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주변에서 보면 65세가 넘었는데도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노인이 급격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기가 노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연령은 70∼74세가 가장 많았다. 2014년 WHO 자료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85.48세, 남성의 기대수명은 여성보다 6.7세 적은 78.8세로 남녀 전체를 합친 기대수명은 세계 10위의 장수국 대열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노인 기준을 올리려는 이유는 요즘 노인들이 건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복지 비용을 정부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현재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복지수당과 서비스는 수십 가지나 된다. 대표적인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노인 기준이 70세로 상향 조정될 경우 1조 원가량의 예산이 절감된다. 또 2만 7000명은 장기요양보험에서 빠진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노인 기준 나이 상향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반대 목소리도 크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인자살률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가족의 부양을 받지 못한 채 가난과 고독, 질병에 시달리는 노인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생명 연장이 개인에게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되는 사회가 돼선 안 된다. 노인 기준 나이를 상향 조정해야 할 이유도 충분하지만 무엇보다 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노인에게 생명 줄이나 다름없는 연금 등의 수혜 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녀 양육과 교육 등으로 자신의 노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노인들이 암울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노인 기준 연령 상향 문제는 단기적인 추진보다는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등의 재원과 예산, 그리고 인구구조 변화, 정년연장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 등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다양한 분야의 의견 수렴을 거친 뒤에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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