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대전개발위원회 상임부회장/행정학박사

요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나라 돌아가는 꼴이 심히 걱정된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거리엔 연말연시 성탄의 들뜬 분위기가 줄어들고 새해를 맞이하는 세모의 풍경도 많이 사라지면서 뭔가 불안하고 암울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몰려드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게다가 수출부진과 조선·해운사태, 보수 아이콘의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중국의 한한령, 소비 절벽, 출산 절벽, 가계부채 등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닥쳤다.

나라가 이렇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공직사회에 바른 소리를 하는 직언(直言)이 사라지고 자기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맹목적 아첨, 무사안일, 영혼 없는 존재 등의 부정적 자세가 문제라고 본다. 요즘 중국 고전에서 교훈을 주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새삼 절실하게 뇌리에 스쳐온다.

중국 고전에서 “발전하는 나라를 보면 반드시 그 군주는 스스로 겸손하게 처신하고 신하의 충언을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있다. 군주는 자신에게 충언하는 신하가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신하에게 직언을 하도록 권한다. 군주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독선을 삼가며 신하의 직언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진나라 6경 중 한 사람이었던 조간자는 “백 마리 양의 껍질이 한 마리 여우의 겨드랑이 털만 못하다”고 했다. 직언을 하는 신하가 하나도 없음을 안타까워하면 했던 말이다. 모두가 부드럽고 따뜻한 양의 가죽과 같이 번드르하게 말로 포장을 잘 하지만 여우 겨드랑이의 털처럼 따뜻하게 직언하는 신하가 없다는 말이다.

이 처럼 뛰어난 군주는 비록 따끔할지언정 신하의 직언을 요구한다. 하지만 망국의 군주는 다르다. 진나라 고전 ‘여씨춘추’를 보면 “망국의 군주는 스스로 교만하고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고 스스로 사물을 경시한다”고 실려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망국의 군주에게는 직언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겸손한 마음과 직언을 받아들이는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군주의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직언하는 사람을 제대로 쓰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초한시대 교훈에 보면 항우는 유방보다 더욱 용맹한 호걸이었지만 유방에게 천하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 차이에 대해 유방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자신이 사람을 알아보고 제대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독불장군이었던 항우를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방은 부하들의 장점을 취해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에도 뛰어났지만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부하의 직언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어떤 상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달라진다. 부하의 능력을 인정하고 앞길을 열어주는 상가가 있는가 하면 부하의 능력을 은근히 질투하면서 그 앞길을 알게 모르게 가로막는 상사도 있다. 전자의 경우 그 상사와 부하는 함께 발전하지만 후자의 상사는 자신의 앞길도 가로 막으면서 부하의 앞날까지 망치고 만다.

우리 격언에도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모른다”는 교훈이 있다. 사람들은 성공하고 명예를 갖게 되면 옛날의 어려운 일은 잊기가 쉽다. 지금 누리고 있는 부와 명예가 마치 처음부터 주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주역(周易)의 항룡유회(亢龍有悔) 사자성어처럼 맨 위까지 올라간 용은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된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더욱 겸손하지 않으면 후회하는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요즘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한나라 유방의 리더십이 지도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실감한다. 직언하는 부하가 존재하고 또한 부하의 장점과 능력을 잘 뽑아 쓸 수 있는 유방의 리더십이 지도자에게 있었더라면 지금과 같이 국민이 국가를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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