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암 행정학 박사

‘같아요’라는 말은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불확실한 단정이나 추측을 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반면 ‘이다’ 또는 ‘입니다’라는 말은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정의를 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본말이 전도되고 새롭게 변형되기도 하지만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 일반화될 때는 바로잡아야 한다. 언어(말)는 한 사람의 인품과 성격, 심리상태 나아가 한 시대의 문화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매체나 그 매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또한 대중도 그들의 언어를 무조건 받아들여 여과 없이 확산시키지 말고 말의 참과 거짓을 가려 사용할 줄 아는 자기중심적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가 잘못 사용하는 무수한 말 중 ‘같아요’라는 말이 있다. ‘같아요’는 ‘같다’의 존칭어로서 역시 불확실한 단정이나 추측을 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같아요’라는 말이 요즘에는 시도 때도 없이 사용되고 있다. 본인이 지금 분명히 행한 사실을 두고도 ‘같아요’라고 하고, 본인의 판단을 요하는 상황에서도 ‘같아요’라는 말을 쓴다. ‘맛있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아픈 것 같아요’ 등. 그러나 가능한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말할 때는 추측보다는 정의를 내리는 것이 좋다. 부득이 불확실한 사실에 대한 겸손을 동반한 대답을 해야만 할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물론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일과 남의 일면을 대신해서 이야기할 때, 그리고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추측 등에는 분명히 ‘같아요’라는 말을 해야 한다.

우리가 ‘같아요’라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겠지만 일단 자기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심리가 숨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시대가 불확실하다 보니 ‘같아요’라는 말을 미덕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군중심리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대로 ‘같아요’라는 말이 일반화되게 되면 ‘무엇이다’라는 말이 사라지고 ‘무엇 같다’라는 말이 일상적인 용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러면 정말로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문화는 자신감과 주체성, 확고한 판단력 등이 사라지고 나약함과 비겁함, 항상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마음 등이 지배함으로써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한편, 우리는 ‘우리’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우리’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좋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서 그럴까. 그래서 우리 민족은 ‘우리’라는 말을 참 많이 썼고 ‘우리’라는 말을 통해 역사를 만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너희’와 상반되는 말이다. 그렇다면 ‘너희’는 ‘우리’가 아니므로 배척의 대상이 되는가. 이 화두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우리가 ‘우리’라는 말을 얼마나 좋아했으면 아무 때나 ‘우리’겠는가.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 신랑’이라는 말인데 도대체 부인이 얼마나 많으면 ‘우리 신랑’이란 말인가. 그리고 언제까지 새로울 신(新)자를 쓰는 ‘신랑’이라는 말을 써야 하는가.

언어는 한 사람과 한 시대의 자화상이다. 따라서 가까이 있는 한 사람을 판단하려면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해 보면 된다. 그 사람의 성격 및 심리적 상태와 영향을 주고받는 주변 환경, 인격의 수양정도가 고스란히 언어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사람들 속에 있을 때는 자신의 입을 살피고, 혼자 있을 때는 자신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누군가와 말을 할 때는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가 적절한지 한 번 더 생각을 해야 한다. 당신이 무심코 내뱉는 말을 누군가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라.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는 당신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당신의 모든 것(인격, 내공 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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