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임기를 마치고 내달 귀국해 ‘조기 대선’ 정국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 반기문 UN 사무총장. 충청대망론과 맞물려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 총장에 대한 검증 공세가 본격화되며, 그가 과연 이를 견뎌내고 외교관에서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안착할지, 자신을 둘러싼 혹독한 검증 무대와 진흙탕 싸움에 굴복해 좌초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는 반 총장이 어떤 정치세력과 손을 잡을 것인지와 함께 이번 대선의 메가톤급 변수로 꼽히고 있다.

◆‘기름장어’ 潘 검증 관문 통과할까?

보수 성향인 반 총장의 대선주자로서의 파괴력에 주목하며, 반풍(潘風, 반기문 바람) 차단에 부심하는 야권은 그에 대한 검증 작업에 착수해 칼날을 갈고 있다. 반 총장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유력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누르고 선두를 회복하자 제1야당인 민주당이 더욱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반 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이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 아들의 SK 특혜 입사, 조카의 국제 사기사건 등 그의 약점을 파고들려는 각종 설이 불거지고 있고, 국제적으로 ‘역대 최악의 총장’이란 악평을 받은 반 총장이 UN 직위를 국내 정치에 활용했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또 종교단체인 신천지와 반 총장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며 그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반 총장 측은 “해명할 것은 적극 해명하고, 음해에 대한 책임은 확실히 묻겠다”라는 입장으로, 23만 달러 수수설에는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 반 총장의 재임 동안 성과를 낮게 평가하는 데 대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은 인물”이라고 자평하며, “당리당략적인 공세는 온당치 못하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타 주자들의 비판도 한층 거세져

자질과 능력, 도덕성에 관한 검증 공세와 함께 대선주자들의 그에 대한 비판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29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은 공직을 사적 이익에 남용해 대통령 자격이 없다”라고 꼬집고, “과거 공직에서의 성과와 공직의 사적 이익 남용 여부가 (대통령 후보에 관한) 중요한 판단 기준인데, 그 측면에서 반 총장과 저는 상반된다”라며 기초자치단체장인 자신의 공직윤리가 반 총장보다 비교우위에 있음을 주장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큰 타격을 입은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지사도 이날 도청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반 총장은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이다. 정치 지도자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지사는 “반 총장이 UN 사무총장 10년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가장 큰 현안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해본 일이 있느냐. 가장 힘 있는 자리에 있을 때도 해결 못한 사람이 한국 대통령으로 들어와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하고, “지금 (대통령을 할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까 UN 사무총장이란 타이틀로 대선 반열에 올라섰다”라고 평가절하했다.

◆潘 독자신당보다 제3당행 유력?

조만간 자신의 온몸으로 이 같은 검증 공세를 모두 감내해야 할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시 독자신당보다는 제3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외 매체의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반 총장이 자신의 대선 출마를 위한 독자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극히 어렵고, 제3당 행(行) 가능성이 있다”라고 보도했다. 여기서의 제3당은 지난 27일 분당을 공식화한 비박(비박근혜)계의 ‘개혁보수신당’을 지칭한 것일 수도 있고, 야권 내 반문(반문재인) 세력이 주도하는 ‘제3지대’ 등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어 그의 선택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