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도와주셔야지요. 시장님이 어려운데 이럴 때 언론이 도와주어야지요.”

홍영섭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이 시 출입기자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춘희 시장이 전 의회의장과의 마찰 등 곤란을 겪을 당시다. 홍 부시장은 오찬이나 사석에서 함께한 기자들에게 틈틈이 당부했던 말이다.

그는 이춘희 세종호(號) 출범 당시 정무부시장에 발탁돼 시행정의 조력자로 충실한 이미지를 남긴 것임에 틀림없다.

지난 2014년 7월 취임해 구랍 31일 자리를 떠났으니 2년 6개월만이다.

그는 세종시 금남면 호탄리에서 태어나 20대 초반 고향인 연기군에서 공직에 발을 디뎠다. 잠시 외부로 전출한 시기를 제외하면 고향에서 자라 행정에 잔뼈가 굵고, 행정의 노하우를 고향발전에 쏟아 부은 셈이다.

공직생활 40년과 플러스 2년 6개월. 지나온 그의 삶이 빛나는 월계관과 같은 것으로 회고해도 과분한 평가는 아닌 것 같다.

세종시는 급성장하고 있다. 연기군 당시 7만∼8만의 인구가 25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합동평가에서 전국 1위에 오르고 행정의 각 분야에서 최고 수상 등 ‘상복’이 터지고 있다.

내년 예산규모만도 1조 5000억이다. 군 단위 지자체에서 광역자치단체로 진입하는데 별다른 무리 없이 수준 높은 행정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유난히 힘겨운 한 해를 넘겼다.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온 나라가 휘청거리고, 정부에서 발표하는 경제지표들을 보면 앞이 깜깜하다.

이 같은 국가적인 위기 속에 세종시는 오히려 ‘번영’의 기틀을 다지고 ‘사람 중심의 따뜻하고, 행복한 도시’로의 행정력에 탄력을 받고 있다.

이 시장은 송년 브리핑에서 “내년에는 국회분원 및 청와대 제2집무실을 설치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선도하는 행정수도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포부와 자부심으로 가득 차있다.

이 시장을 최 측근에서 보필한 홍 전 정무부시장의 역할 또한 남다르다. 시장의 의중을 꿰뚫고 ‘민원해결사’로서의 담당을 충실히 했다. 재임기간 민원처리는 430여 건. 법 위반 등 어쩔 수 없는 민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결한 것이다.

“공무원과 시민 간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하고 시민을 감싸 안아 이해하면 해결된다”는 사자성어가 홍 부시장의 지론이다. 시민들과 허심탄회한 소통이 곧 신뢰행정을 쌓은 비결이다.

그는 세종시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기까지의 모든 공을 전 직원들과 시민들의 땀과 열정으로 돌린다.

그는 이 시장의 사직만류에도 재충전의 기회를 위해 공직을 마무리하는 길을 택했다. 누적된 자신의 피로로 인해 자칫 행정 동력의 걸림돌로 될 것을 우려한 깊은 사려 일 게다.

“그동안 가정일을 소홀히 해 아내에게 미안했다. 텃밭을 가꾸며 아내와 함께 여행하며 여생을 보낼 계획”이라는 그는 “평생 몸담았던 공직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사람들의 도움”이라며 감사해 했다.

정유년 새해. 박수칠 때 떠나는 홍 전 정무부시장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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