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대치 정치구도 속
네 번의 대선 절묘한 표심

최근 20년간 치러진 네 번의 대선에서 충청권은 최종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표심을 보여줬다. 영·호남이 보수와 진보로 대치하는 정치 구도에서 ‘캐스팅 보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충청권은 선거마다 절묘한 표심을 드러낸 것.

충청권에 있어 네 차례 대선은 지역에 기반을 둔 후보가 있고 없고를 기준으로 양분할 수 있다. 2002년 16대 대선과 2012년 18대 대선이 여당과 제1야당 후보 간의 맞대결 구도였다면, 1997년 15대 대선과 2007년 17대 대선은 충청에 연고를 둔 제3의 후보가 가세해 3파전 양상을 띠었기 때문이다.

16대 대선은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한나라당 이회창, 18대 대선이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의 양자 대결로 전개된 데 반해 15대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에 국민신당 이인제가 가세했고, 17대 대선에선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후보로 표가 삼분된 것이다.

15대 대선에서는 보수 진영 표심과 충청권 표심이 이회창·이인제 후보로 분산된 것이 김대중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대전과 충북에선 신당을 창당해 출마한 이인제 후보 득표율이 여당 후보였던 이회창 후보에게 각각 5.10%포인트, 1.39%포인트 뒤졌을 뿐이고, 충남에선 이인제 후보 득표율이 이회창 후보를 2.63%포인트 앞섰다.

17대 대선에서 충청권은 여당인 정동영 후보에 비해 무소속 이회창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충남의 경우 당선자인 이명박 후보가 34.26%를 얻은 가운데 이회창 후보가 33.23%로 바짝 뒤를 쫓았고, 정동영 후보는 21.08%에 그쳤다.

16대 대선은 신행정수도 건설 이슈가 충청권을 휩쓸며 노무현 후보가 전국 득표율에 비해 높은 득표율을 기록, 대권 재수에 나선 이회창 후보를 꺾는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전국적으로 양자 간 2.33%포인트(노 48.91% vs 이 46.58%) 차로 당락이 결정됐는데, 대전에선 15.27%포인트(노 55.09% vs 이 39.82%)로 격차가 벌어졌다.

18대 대선의 경우 대전시민들은 박근혜 후보에게 49.95%, 문재인 후보에게 49.70%의 지지를 보내며 0.25%포인트 차의 그야말로 초박빙의 승부를 연출했다. 이에 비해 충남은 박근혜 56.66%, 문재인 42.79%로 13.87%포인트의 격차를 보이며, 전국적으로 3.53%포인트 차(박 51.55% vs 문 48.02%)로 승패가 갈리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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