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키가 과연 반(潘)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일까?

10년간의 임기를 마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2017년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각종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1·2위를 다투는 반 전 총장의 등장은 대선 판도를 예측불허로 몰아넣을 대형 변수다. 특히 정치권에 불어닥친 개헌론이 반 전 총장이 국내로 몰고 올 태풍의 파괴력을 더욱 키워놓고 있다.

게다가 역대 대선에서 공고했던 진보·보수의 양강 구도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거치며 변화가 생겼다.

새누리당에서 개혁보수신당(가칭)이 떨어져 나와 보수 정당 사상 최초의 분당 사태가 벌어졌고, 야권의 양대 축인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개헌을 놓고 간극이 의외로 커 대선 때마다 등장했던 야권 단일화 흐름이 예전만 못하다.

이렇게 정치권에 새판짜기가 벌어지면서 지난 10년간 국내를 비웠던 반 전 총장에게도 활동할 공간이 생겼다. 조기 대선 정국에 가뜩이나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반 전 총장으로선 얼마나 단시간 내, 어떤 방식으로 세력을 모으느냐에 대권의 성패가 달렸다고 볼 수 있는데 ‘비문(비문재인)-개헌연대’로 세(勢)를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접촉 대상은 이미 야권에서 공고한 진지를 구축하고 대세론을 형성한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모든 세력이다. 대척점에 서 있는 세력을 모아 한배를 타는 오월동주(吳越同舟) 전략으로, 이들을 엮어줄 끈이 바로 개헌이다. 역대 대선에서는 개헌을 대선 공약에 포함하느냐 여부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지만,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개헌을 전제로 21대 총선(2020년)에 맞춰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이는 문제가 화두로 부상했다. 문 전 대표는 이를 즉각 일축했지만, 최근 반 전 총장을 만난 국회의원들은 반 전 총장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서 선도 탈당하는 충청권 의원들과 손을 잡고, 이어 중도성향 의원까지 합류하는 범보수 진영을 구축한 후 친박계 후보라는 이미지를 탈색시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 등 개헌파와 힘을 합치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물론 개혁보수신당이나 개헌을 추진하는 야권 비문계에 문 전 대표에 필적할 만한 주자가 없다는 게 반 전 총장으로선 기회다. 별다른 진입 장벽 없이 개헌이나 범보수 진영의 중심부로 곧바로 파고들 수 있기 때문으로, 반 전 총장에게 박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수 진영의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외교관의 틀에서 벗어나 정치인으로 변신해야 할 그가 자신을 둘러싼 혹독한 검증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 몸을 내던져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을지 현재로썬 장담할 수 없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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