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 사업

조선 유학은 조선조 건국이념으로 통치 및 세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또 성균관을 필두로 이념적 뿌리가 형성됐으며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실현과 ‘효제충신(孝悌忠信)·인의예지(仁義禮智)’를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유교문화는 조선시대 의식주 등 생활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다.

충청유교자원은 향촌·문중을 기반으로 율곡 이이, 중봉 조헌, 사계 김장생, 신독재 김집, 우암 송시열, 동춘당 송준길 등 대표인물의 연고지 및 학파를 중심으로 관련 자원이 집중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조선 수도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현실정치에 직접 참여해 조선시대 정치무대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충청유교문화는 현실참여적이며 실천적인 유학사상에 뿌리는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중심의 수교(垂敎)형 학문을 추구한 경북북부유교문화와는 차별화된다. 충청유교문화는 유형, 무형으로 나뉜다. 유형자원으로는 서원, 향교 등의 교육자원, 자연자원, 생활자원, 시설자원 등이 있으며 무형자원은 사상자원, 예술자원으로 또다시 나뉘어진다. 이 중 서원과 향교는 유교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으로 충청유교문화권에는 53개의 서원과 57곳의 향교가 분포해 있다.

자연자원으로는 주자의 학통을 계승하고 자기수양을 위한 56곳의 구곡과 전통 명승지 13곳 등이 꼽힌다. 예산군 신안면 용궁리 일대 추사 관련 유적지와 대전 중구의 효 테마공원, 홍성의 홍주성역사공원, 공주 한옥마을, 청풍문화재단지 등 다양한 시설자원 등도 충청유교문화자원을 대표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하는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의 그동안의 추진과정과 올해 사업 등을 살펴본다.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 현황

충청유교문화권은 예학의 본고장으로 785개의 국가지정, 도지정, 문화재자료 등 풍부한 유교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 자원들이 집적을 이루고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4개 시·도지정 문화재 가운데 유교문화자원이 40%를 차지하며 한산모시 짜기, 택견, 대목장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목록에, 논산 돈암서원, 아산 외암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다.

특히 지역의 유교문화 자원을 발굴 보존해야 한다는 ‘유교문화 계승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해 5월 입법예고 됐으며 충청권의 향토연구기관, 학술단체, 지자체 협의체 등을 중심으로 충청유교문화 관련 관광자원화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렇듯 다수의 문화재 보유와 지역적인 노력에도 충청유교문화의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유교문화에 대한 정부의 정책사업은 대부분 문화재청에서 담당하는 문화재 보존, 재현에 그쳐왔으며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 역시 교육적 성격을 지닌 일회성 프로그램에 한정돼 유교문화는 고리타분하고 어렵다는 인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또 외래관광객 비중에서 서울이 전체의 80.4%를 차지하는 반면 충청도는 총 2.6%에 그치고 있다. 이는 외래 관광객에게 충청유교문화권의 인지도가 낮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14년 전국 주요 관광지 관광객 수도 2009년 이래로 평균 1.4% 감소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충남은 12.7%, 충북은 9.0%의 관광객이 감소해 전국 평균 수치보다도 높은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충청유교문화권에 해당하는 4개 시·도, 26개 시·군 중 대전광역시와 충북의 5개 시·군(청주시, 영동군, 옥천군, 증평군, 진천군)은 기존 추진되거나 이미 계획된 광역관광개발 권역에 단 한 번도 포함되지 않은 지역으로 전반적인 관광인프라 수준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의 추진 경과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의 효시는 지난 2007년 논산시가 기호유교문화권 개발사업에 대한 자체 연구를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논산시와 충남도는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에 기호유교문화권 종합개발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줄 것을 건의하고 국회 교문위 및 예결위에 연구용역비를 반영해 줄 것을 건의했다.

2012년 ‘기호유교문화권 종합적인 개발·보전’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확정된 데 이어 도는 이듬해 ‘충청유교문화권종합관광개발사업’의 추진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2014년에는 충청권 4개 시도가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 TF팀을 구성, 운영을 시작했으며 같은 해 충남도가 주관이 돼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계획 기본구상 연구용역’이 추진돼 결과물이 추진됐다. 10월에는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정책토론회가 열려 충청인의 총의가 모아졌고 지역 의원들이 사업추진에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이런 노력 끝에 2014년 12월,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이 국가정책사업으로 선정됐으며 이듬해 6월에는 정부가 책정한 예산으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사업과 관련한 기본 연구용역을 발주, 지난해 상반기 중 최종 계획안이 도출됐다.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 개요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 사업은 국비 3548억 원 등 모두 7947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관광자원개발사업과 관광진흥사업으로 나뉘어 충남북과 대전, 세종 전 지역에서 올해부터 10년 동안 추진된다.

관광개발 사업은 구곡관광권역, 명승관광권역, 배움관광권역, 예술관광권역 등 8개 관광권역으로 구분돼, 권역마다 거점사업과 연계사업, 루트사업 등 총 34개 사업에 7100억여 원이 투입된다.

관광진흥사업은 충청 유교문화와 관련된 기록자원의 번역과 수집, 충청 유교문화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등 13개 사업에 700억여 원의 비용이 쓰인다.

충북에서는 청주의 사주당 태교랜드, 괴산의 화양동 선비문화체험단지, 단양의 명승문화마을 조성 등 3개 거점 관광사업을 비롯한 모두 13개 사업이 3000억여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추진될 예정이다.

충남에서는 ▲논산-대동누리 천년군자마당 ▲예산-추사 서예창의마을 ▲홍성-홍주천년 양반마을 ▲아산-외암마을 인문학서당·백의종군로 통곡의 집 ▲청양-선비충의문화관 ▲서천-문헌사색원 ▲계룡-사계문화체험관 ▲천안-암행어사 출두夜·담헌 천문 달빛마당 ▲서산-밤하늘산책원 ▲금산-한의약령마을 ▲당진-여민동락역사누리 ▲보령-토정비결체험관 ▲태안-사신들의 바다순례길 ▲공주-충청감영 생생마을 ▲부여-금강누정선유길 등 15개 시·군에 걸쳐 각 지역인물을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향후 사업 추진 계획

충남도는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도내 15개 시·군을 대상으로 지역별로 추진될 구체적인 사업의 방향을 재점검했다. 실제로 용역을 통해 각 시군 사업제안서에 대한 취합과 분석, 조정이 이뤄졌고 파급효과 미래상이 제시됐다.

올해는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의 포문을 여는 일환으로 충청유교문화원 건립이 추진된다. 충청유교문화원 건립은 논산시 노성면 병사리에 9만㎡(연면적 4만 6000㎡)의 규모의 공공건축물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2019년 9월까지 28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충청유교문화원은 내년 6월까지 건축공사 설계공모를 추진하고 9월에 건축공사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착수한 다음 2019년 10월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충청유교문화원이 준공되면 조선 성리학의 양대 산맥 중 한 줄기인 충청(기호) 유교문화권의 체계적인 복원 및 관리가 가능해져 유교를 테마로 하는 관광 인프라 구축을 통해 논산이 전국 각지에서 연중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도는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도는 올해 실시설계 용역비 명목으로 국비 10억 원을 확보했다.

충청유교문화원 건립과 더불어 지속적인 예산확보를 통해 향후 10년간 지역별로 추진사업들을 진행시켜 나갈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은 오래도록 험난한 과정을 거쳐 지난해 상반기 비로소 종합적인 개발계획이 도출됐다”며 “충청유교문화원을 시작으로 향후 10년 동안 지역별 유교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도록 도와 지역, 정치권의 지속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포=김혜동 기자 kh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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