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우 한남대 홍보팀장/전 한국일보 기자

해가 바뀌고 또 한 살을 먹는다. 아이들을 빼고 누가 나이 드는 것을 좋아할까. 그냥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쿨하게 무시해버리거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해야 한다. 진짜 불편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점차 ‘꼰대’가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에 따른 실망과 불안이다.

꼰대는 학생들이 늙은이 또는 선생님을 부정적으로 이르는 은어다. 그 의미는 점점 확장되어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을 꼰대질이라고 일컫는다. 누구나 자신은 멋지게 나이 들어갈 것이며, 꼰대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흉보면서 따라 배운다는 말은 얄밉게도 쓸모가 많다. ‘꼰대화’도 인체 노화처럼 자연스럽다. 거꾸로 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기 전에는 말이다.

2017년 새해 목표를 ‘꼰대 탈피하기’로 정했다. 그것이 청춘을 유지하고, 젊은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먼저 현 상태를 검진했다. 젊은이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꼰대 체크리스트를 참고했다.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꼰대 기질이 다분한 것으로 판명됐다. 필자에게 해당되는 꼰대 항목을 몇 개 소개해보겠다. ▲‘OO란 OOO인 거야’ 식의 진리명제를 자주 구사한다.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라고 해놓고 나중에 보면 내가 먼저 답을 제시했다. ▲연애사와 자녀계획 같은 사생활의 영역도 인생선배로서 답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에게도 배울 게 있다는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뭘 배워본 적은 없다. 이 밖에 조금씩 해당되는 항목들도 꽤 있다. 어떤 것은 직장에서, 어떤 것은 가정에서의 나의 모습이었다.

여기서 탈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료를 뒤지다 꼰대 방지 5계명을 발견했다. 첫째,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둘째,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셋째,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넷째, 말하지 말고 들어라, 답하지 말고 물어라. 다섯째,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탁월한 처방 아닌가 싶다. 5계명을 기억하면 상태가 한결 나아질 것 같다.

특히 필자에게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넷째 계명, 즉 질문하기다. 늘 아는 체하고 설명하고, 나아가 설교로 이어지는 것을 젊은이들이나, 자녀들, 부하직원들은 싫어한다. 내용이 틀려서가 아니라 방법이 불편해서다. 한마디로 옳은 이야기를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이 꼰대질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자주 그 전철을 밟곤 한다. 설사 교육이나 훈계가 필요한 상황이라도 질문을 통해서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것이 더 좋은 교육이고, 현명한 어른의 모습이다. 상대방이 편하게 질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꼭 배워야 할 숙제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질문하기는 교육의 기본이었다. 소크라테스도, 공자도 제자들과 질문하고 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교육철학자 파커 팔머는 누구나 자신이 무시당할 것이란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을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어디 교실뿐이랴. 사무실에서도, 가정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자녀와 학생들, 직원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잘 던져주고, 질문을 이끌어 내는 것, 그리고 끈기 있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하는 것, 이것이 새해 목표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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