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潘)을 잡아야 완(完)이 되느니라?’

집권여당이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가칭)으로 분당 사태를 맞은 가운데 보수 진영이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영입에 혈안이 돼 있는 형국이다.

반 전 총장은 이달 중순 귀국 직후 새누리당이나 개혁보수신당에 몸을 담기보단 중간지대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있고, 신당 창당은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어서 과연 반 총장이 어느 세력과 손을 잡게 될지 주목된다.

◆與 친박 청산으로 구애

새누리당은 인적 청산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비주류 탈당을 둘러싼 당의 내홍이 2라운드로 비화하는 형국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들을 향해 던진 최후통첩이 시발점이 됐다. 인 위원장이 오는 6일까지 탈당하라고 데드라인을 제시한 뒤 새누리당 내부는 새해 벽두부터 긴장감이 급상승했다. 친박계와 인 위원장 중 누가 당을 나가든 이번 주말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에서다. 인 위원장이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서청원·최경환·김진태 의원과 충청권 이장우(대전 동구),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의원 등 10여 명을 겨냥했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 시각이다.

친박계에서는 충청 출신(충남 당진)인 인 위원장의 이러한 축출 시도가 당 쇄신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깔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당 내부 정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고, 반 전 총장을 대선주자로서 영입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친박 핵심들의 탈당 상황을 지켜본 뒤 8일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고, 아직 비대위원 구성조차 착수하지 않은 상태로 만약 친박이 버틸 경우 자신이 위원장직을 사퇴할 수 있다는 배수진까지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이 사퇴할 경우 ‘도로 친박당’이 될 것이란 당 안팎의 우려를 증폭시켜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정현 전 대표가 2일 전격 탈당함으로써 사태가 봉합 수순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측이 정면충돌할 경우 결국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절한 명분을 앞세워 절충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潘 쟁탈전에 고삐

인 위원장의 친박 배제 전략을 차치하더라도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의 ‘반기문 쟁탈전’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반 전 총장을 영입하는 쪽이 대선 레이스에서 흥행을 거두고 나아가 차기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 때문이다. 현재 여론조사 추이로 볼 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양강을 형성하는 반 전 총장 영입에 실패하면 국민적 관심 밖으로 밀려나 대선을 전후해 공중분해 되거나 상대 당에 흡수 통합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이에 작용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과 잇따른 탈당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새누리당은 인적 청산 카드로 당 쇄신과 반 전 총장 영입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으로, 반 전 총장이 매력을 느낄 만한 유인책으로 ‘대선 전 개헌론’을 제시하고 나섰다.

개혁보수신당도 24일로 마무리될 예정인 창당 작업에 맞춰 반 전 총장 영입에 팔을 걷어붙일 태세다. 신당은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대선주자가 즐비해 새누리당보다는 인물난이 덜하지만, 이들만으론 야권 후보를 상대하기에 벅차다는 현실적 고민 속에 반 전 총장을 영입하는 것이 지지기반을 넓히고 기존 후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 정치적 기반이 약한 반 전 총장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경선룰 만들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