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정 충남지사의 페이스북을 캡처한 사진.


대권을 노리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 정계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손 전 대표가 주창하는 소위 ‘빅텐트론’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안 지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 전 대표에게 보내는 글을 올려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정치 일선에서 은퇴해 달라”며 “3당 합당(민주자유당)에 대선을 앞둔 1992년 동참한 후 26년 동안 선배님이 걸어온 길을 지켜봤다. 물론 큰 역할도 했지만 그늘도 짙었다. 더 이상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훼손시키지 말고 존경하는 대선배로 남아주시면 좋겠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선을 앞두고 명분 없는 이합집산이 거듭된다면 한국의 정당정치는 또다시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낡은 정치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안 지사가 손 전 대표를 향해 공세를 취한 ‘명분 없는 이합집산’, ‘낡은 정치’는 조기 대선 정국과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귀국과 맞물려 불거지고 있는 ‘빅텐트론’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가 반 전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야권 내 반문(反문재인) 세력이 결집하는 빅텐트론에 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이날 BBS 불교방송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반 전 총장과의 연대·협력에 대해 “새로운 나라의 개혁을 위해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그런 문은 열려 있다. 단순히 기존 보수세력에 얹혀 있는 것이라고 하면 얘기가 되지 않지만, 기존 보수세력을 새롭게 개혁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참여하겠다고 하면 같이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22일 자신이 추진하는 ‘국민주권 개혁회의’ 출범과 관련해선 “새로운 정치의 판을 짜자는 것인데 구체제 기득권 세력, 패권세력에 반대하는 개혁세력의 총집결을 기대하고 있다. 구체제의 적폐를 청산하는 개혁세력이라면 민주당이든 국민의당이든 가릴 것 없이 문호가 개방돼 있다”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개헌 문제에 있어서도 “대선 전에 이를 논의하는 것은 ‘판 흔들기’이며 기득권 세력들만의 개헌”이라고 주장,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뜻을 같이하며,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됐으니 즉각 개헌을 추진하면 된다”라는 손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한편, 안 지사의 손 전 대표를 향한 날선 공세에 국민의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손 전 대표를 영입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온 국민의당은 성명을 내고 “안 지사가 주목받고 싶다면 주제넘은 간섭 이전에 기본과 원칙부터 갖추시라”며 “손 전 대표에게 정계 은퇴를 촉구하고, 반 전 총장에게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하는 안 지사에게 묻는다. 충남도정을 챙겨야 하는 안 지사가 허구한 날 여의도 정치판과 차기 대선판을 기웃거리는 것은 가히 자랑스러운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