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검사서 '자살 예측' 나왔는데도 관리 소홀…부대 책임"

군의 최전방 감시 초소인 GOP(일반전초)에서 근무하다 자살한 군인의 유족에게 보험사가 재해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이의진 판사는 김모(사망당시 21세)씨의 부모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보험사가 부모에게 1억원을 주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2012년 육군에 입대한 김씨는 강원도 철원 모 사단의 GOP에서 근무하다 2013년 3월 머리 부분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김씨의 사망을 자살로 결론 내렸다.

김씨 부모는 김씨가 선임병으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해왔고 사망 당일 연대장 순찰을 앞두고 철책 근무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했으니 '재해'에 해당한다며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보험사는 "재해 사망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려면 우발적인 외래 사고로 사망한 경우여야 한다"며 보험금을 못 준다고 맞섰다.

이 판사는 김씨의 자살이 선임병들의 욕설 등에 따른 외래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통상 GOP에서는 일정 기간(3개월·6개월 등) 단위로 부대가 교대로 배치돼 근무하며 열악한 환경과 전방 감시라는 업무 특성상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주로 초급 간부가 독립 배치된 단위 부대를 통솔하는 사례가 많다.

이 판사는 "김씨는 열악한 환경에서 GOP 경계근무를 했고, 그 과정에서 간부와 선임병들에게서 20여 차례에 걸쳐 질책과 폭언, 욕설, 강요행위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부대의 신상 관리 소홀도 자살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전입 당시 실시한 인성검사에서 김씨에게 자살이 예측된다는 평가가 나왔는데도 부대에서 A급 관심병사로 선정해 관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GOP 투입 전 실시한 인성검사에서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나왔지만 이후 면담 등 신상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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