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형 청운대 교수

권한을 혼자 가질 것인가 나눌 것인가는 오래된 이슈다. 권한을 혼자 갖게 되면 의사결정의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다양한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된다. 반대로 권한을 나누게 되면 현장에서의 융통성은 높아지지만 의사결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여러 주장에도 논쟁은 논쟁으로 끝나기 일쑤다. 그것은 의사결정권자가 자신이 가진 영향력과 결정권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권한을 가진 자는 모든 권한을 움켜쥐고 자기 마음껏 해보고 싶은 본능이 있다. 자신의 책임 하에서 무엇이든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따르기를 종용한다. 또 무엇이든지 자신이 해야 잘할 거라는 자기 과신도 있다. 따라서 대화와 타협보다는 지시나 명령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조직의 경직성은 강화되고 유연성은 약화된다.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는다. 권한을 가진 자의 영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어서 의사결정의 성패가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았던 이러한 논쟁은 의미를 잃었다. 권한을 나누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다. 세계화나 정보화와 같은 다양한 환경에서 최고 권한을 가진 한 사람의 결정이 최적의 판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각기 다른 업무에 따라 의사결정자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권한을 나누는 대상이 과거처럼 더 이상 무능하지 않다는 점도 인정된다.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임파워먼트(empowerment)이다.

이 용어는 시민권리 운동, 민권운동, 노조활동 등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소수그룹인 여자, 흑인, 빈민, 장애인이 자신들의 무력감을 해소하려는 운동으로 그 사용 범위가 확산되었다. 구성원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일을 하면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이에 따라 오늘날에는 기업경영, 정치, 환경, 사회, 교육의 분야에서 사용된다. 더욱이 인간 잠재 능력의 향상과 개인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시각도 많아졌다.

임파워먼트는 ‘공식적으로 파워를 부여하는 것’이란 뜻으로 사용되어 왔다. 권한을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나눈다는 것이다. 이는 권한을 ‘얼마나 많이 나눌 것인가’ 혹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공유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권한의 위임 혹은 부여의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경우 전에는 없던 권한을 갖게 되니 권한을 갖게 된 자는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고픈 생각이 든다. 그러나 권한을 갖고 그것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에 사용하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의미 없는 짓으로 허탈하게 만들 뿐이다.

무소불위 권한을 갖고 이를 남용하거나 잘못 사용한 것을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권력이 갖는 욕망에 휩싸인 비극을 그린 맥베스도 그러한 예다.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을 믿고 욕망의 부추김을 받아 권력을 좇는 데서 비롯된 비극이다. 그가 왕이 된 뒤 온 나라는 “탄식과 신음과 대기 찢는 비명으로 웃음이 없고 슬픔이 흔한 불쌍한 나라”가 되어버린다. 그 자신도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버리는 것”이라며 아무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맥베스의 입에서도 “이러려고~”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권한을 부여받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가져온 결과다.

임파워먼트를 권한을 나누는 것에만 적용해서는 곤란하다. 나누어 받는 권한을 갖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 권한으로 잠재적 역량을 키우고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진정한 임파워먼트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축구팀을 이끌어온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대신에 “높은 기준을 세우고 선수들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하게 만들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라며 임파워먼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선수들은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 대한 신념이나 기대감을 갖는다. 도전을 즐기며 난관을 돌파하여 마침내 높은 수준의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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