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환 한전원자력연료 전 사장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2011년 도호쿠 9.1 대지진에 따라 발생해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줬다. 또 지난해 경주에서 5.8 규모의 지진과 여진이 발생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지진 공포증을 심어준 바 있다. 최근 6.1 규모 지진에 따른 가상 원전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가 개봉해 흥행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원자력전문가인 필자도 이 영화를 봤다. 향후 원자력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한 무슨 노력이 필요할까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에 대한 국민이해도에 나쁜 영향을 미쳤음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여파가 원전 건설 및 운영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리1호기의 수명 연장이 정치적으로 좌절돼 40년 운전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오는 6월 영구 폐쇄된다. 같은 설계가 적용된 미국 원전은 60년으로 연장됐다. 미국은 안전성만 확인되면 향후 20년을 추가 연장해 80년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약 20억 달러에 해당하는 자산가치가 적어도 20년 이상 사장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특히 최근, 반원자력 내지 원자력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다수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있다. 물론 통과 자체가 불확실하지만 향후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주민 수용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원전산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다. 이미 신규 원전 부지 확보가 난항을 겪고 있는데 부지 없는 원전 건설은 불가능하다. 2030년까지 국가 장기전원개발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에 대해 부지가 미정된 곳이 있지만 향후 이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국내 환경에서 허구(fiction)에 기초한 영화 ‘판도라’ 관람객이 400만 명을 넘어섰고 대체적인 관람후의 소감은 한마디로 공포와 두려움으로 요약되고 있다. 그 여파는 결코 적지 않을 것 같다. 내용이 ‘가상’을 전제로 하지만 24기의 원전 운전에 40년이 넘는 노후 원전에 대한 것 등 국내 원전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관객을 현실로 빠져들게 한다. 영화 ‘판도라’가 6.1 규모의 지진에 영화 속의 사고처럼 정말 가능한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남는데 이는 당연히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40년 이상 노후 원전이 문제가 아니라 발전소의 운영 절차에 따라, 그리고 규제기관의 확인된 고유 안전성 확보가 전제되고 있어 영화 속의 사고는 불가능하다는 거다. 국내 원전은 6.5 규모의 지진에서 안전하게 운전정지 또는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수소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제거 시설이 있어 원자로 건물이 폭파될 수 없다. 또 국내 원자로 건물은 후쿠시마 사고원전과 구조와 시스템이 완전 다르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선 1979년 사고가 난 미국의 TMI원전을 들 수 있는데 핵연료가 용융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원자로 격납용기는 안전하게 보존됐다. 사고원전에서 직원이 자리를 비우고 도망가는 얘기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에선 40년이 돼 배관이나 밸브가 부식이 된 것으로 묘사되지만 이 또한 있을 수 없는 애기다. 수많은 배관과 밸브가 고유번호가 있어 실시간 관리되고 있으며 녹이나 부식은 있을 수 없다. 그 가능성이 있다면 즉각적으로 교체되고 규제 절차에 따라 관리된다. 3년에 한 번씩 교체되는 핵연료관리도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저장조 바닥이 균열되는 사고도 있을 수 없다.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핵연료 용융이 발생하지만 6.1 규모의 지진에서는 발전소가 정상적으로 운전이 자동 정지되도록 돼 있고 냉각수는 다양한 복수의 방법으로 공급된다.

이 영화가 미칠 영향은 어디까지일지 걱정이 앞선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한국 경제 발전에 중심 역할을 해 온 것을 주지하면서 영화는 영화 속 이야기에 머무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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